[휴플러스]제17회 보목자리돔축제

[휴플러스]제17회 보목자리돔축제
청보리가 황금옷 입을 때 우리는 자리돔 찾는다
  • 입력 : 2017. 06.02(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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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목포구서 2~4일 자리돔 축제
볼거리·먹거리·전통 체험 풍성


'청보리'가 황금옷을 입을 때, 제주사람들은 '자리'를 찾는다. 유독 덥고 길겠다는 여름이 문턱을 넘었다. 초여름이다. 여름이 이제 '자리'를 틀 모양이다. 한 자리에 머문다 하여 '자리돔'이라는 재미있는 유래를 가진 제주의 대표 어종 '자리돔'을 주제로한 축제가 열린다. 제주는 지역에 따라 생선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자리돔만은 예외다. 그만큼 흔하고 보편적인 생선이라는 반증이다. 자리돔 만큼 제주인들의 사랑을 흠뻑 받는 생선도 드물다.

석주명의 '제주도수필'에는 "제주도 사람들의 취미는 전무하지만 해변에서 자리회에 소주를 나누는 것이 최상의 행락"이라고 담았다. 제주인들은 주로 뗏목인 '테우'를 이용해 자리를 잡았다. '사둘'이라고 불리는 자리돔 그물을 사용했다. 요즘에도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손잡이와 그물이 분리된 또 다른 형태의 '사둘'로 자리를 잡는다.

제주인들은 자기 마을의 자리돔 맛에 강한 자부심을 갖는다. 가파도·모슬포 자리는 크기가 커서 구워 먹기에 좋고, 서귀포시 보목동의 자리는 뼈가 부드럽고 맛이 고소해 회나 물회에 안성맞춤이다. 그래도 '자리돔' 하면 보목포구가 먼저 떠오른다. 보목마을은 '자리돔'과 떼레야 뗄수 없는 마을이다. 포구에는 '자리물회'시비가 세워져 있을 정도이다. 이 마을에서 올해에도 잔치가 펼쳐진다.

제17회 보목 자리돔 축제가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보목포구 일원에서 2일부터 4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섶섬을 마주한 아름다운 마을에서 열리는 '자리돔 축제'는 올해로 17년동안 이어오고 있다.

보목자리돔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보목어촌계, 보목청년회가 주관하는 축제는 섶섬을 비롯해 지귀도, 문섬, 범섬 등이 그림처럼 떠있는 보목포구 일원에서 펼쳐진다. 풍성한 먹거리, 전통문화 체험 등 맛과 흥이 어우러져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별미와 추억을 선물한다.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축제기간 동안 관광객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왕보말 잡기와 자리돔 맨손잡기,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테우 사들 당기기 시연도 마련된다.

한우지 축제위원장은 "자리돔축제는 마을사람들의 풍성한 인심을 가득 담아 주민,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제공할 것"이라며 축제장에 많이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의 733-3508, 010-2693-4688.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자리 한상.

"제피 넉넉히 넣고 먹어야 제주사람"
부드러운 식감에 새콤·향긋 '자리물회' 예찬


'우리 마을에서 보는 한라산이 최고'라고 말하는 제주사람들이 또 하나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것이 있다면 '자리돔'이다. '우리 바당에서 잡은 자리(돔)가 최고'라고 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리돔'을 자랑하는 마을 중에서 으뜸은 보목마을이다. '모슬포 자리'는 크기가 크고 뼈가 단단해 구워먹기 좋고, '보목리 자리'는 뼈가 부드러워 강회·물회로 먹기에 딱 좋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선지 이맘쯤이면 '자리물회'를 먹기 위해 보목마을을 찾는 발길이 이어진다. 해마다 자리돔축제를 여는 서귀포시 보목마을에는 자리돔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맛집이 줄지어 있다. 그 중 대표인 '자리물회'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

▶자리물회 만들기

▷재료=자리돔, 오이, 깻잎, 양파, 무, 부추, 풋고추, 홍고추, 토장,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다진마늘, 설탕, 깨소금, 제피

▷만드는 방법

① 머리, 꼬리 자르고 비늘치고 머리 옆 가시를 다듬은 후 내장 발라 깨끗이 씻어 얇게 어슷썬다.(자리돔은 뼈째 먹는 생선으로 뼈를 발라내지 않는다.)

② 깻잎, 오이는 곱게 채 썰고 부추, 미나리, 고추는 송송 썬다.

③ 무를 넣을 때는 살짝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짜 준다.

④ 얇게 썬 자리돔에 식초, 된장 양념 넣고 간이 배도록 무친다.(식초는 억센 자리돔의 뼈를 부드럽게 한다.)

⑤ 썰어놓은 야채를 넣어서 다시 버무린다.

⑥ 먹기 직전에 생수, 얼음을 넣고 깨소금을 듬뿍 넣어준다.

⑦ 국물 맛을 보면서 식초를 첨가한다.

⑧ 마지막으로 기호에 따라 제피(초피)잎을 첨가한다.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자리돔 사랑한 시인 한기팔, 고향 보목마을 시편에 담아
"아내가 보리로 바꿔 삶을 영위했던 '자리돔'
못나고 촌스런 음식이지만 구수한 인생요리"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그 못나고도 촌스러운 음식/ 제주 사투리로/ '자리물회나 하러 가주'/ '아지망!/ 자리물회나 줍서' 하면/ 눈물이 핑 도는,/ 가장 고향적이고도 제주적인 음식/ 먹어본 사람만 그 맛을 안다./ 톡 쏘는 재피 맛에/ 구수한 된장을 풀어/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여름 날 팽나무 그늘에서/ 환담을 나누며 먹는 음식./(중략) 인생의 참 뜻을 아는 자만이/ 그 맛을 안다./ 한라산 쇠주에/ 자리물회 한 그릇이면/ 함부로 외로울 수도 없는/ 우리들 못난이들이야/ 흥그러워지는 것을'(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

'자리돔'하면 떠오르는 마을. 서귀포시 송산동 보목리. '이 세상에 태어나 한번 사는 맛 나게 사는 거 보려거든 보목리로 오라'는 이가 있다. 이 마을 포구에는 섶섬이 내다보이는 공간에 한기팔 시인의 '자리물회'를 새겨놓은 시비(詩碑)가 있다. 이 시비가 보목 포구에 설치돼 있는 것을 보면 보목마을이 얼마나 자리돔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한평생 고향에서 자리돔을 사랑하며 예찬하는 시편을 발표한 한기팔(81·사진) 시인을 만났다.

"남편이 바다에 나가 자리를 낚아오면, 아내들은 산간 마을을 찾아 자리와 보리를 교환해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게 삶이었죠." 지난달 31일 보목 포구 시비 앞에서 만난 시인에게 보목마을에서 자리돔은 어떤 존재인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시인의 말은 이어졌다. "1930년대 이전부터 자리는 보목리에서 흔한 어종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다"며 "남편이 테우를 타고 보목 앞 바다에서 자리를 낚아오면 아내들은 자리를 담은 구덕을 짊어지고 산간마을을 찾아 자리 한말과 보리 한말을 맞바꿔 생계를 유지하는 등 자리와 보목마을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고 말했다.

한 시인은 "어렸을 적 가족들이 테우를 타고 보목 앞바다에서 자리를 낚아 팽나무 그늘에 앉아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또 저녁에는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가족끼리 모여 자리를 보리짚 위에 올려 불을 지피고 구워 먹던 자리의 맛과 그 당시 평화롭게 지내던 생각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테우가 사라지고 기술의 발달로 어선이 24시간 자리돔을 잡게 되면서 '자리의 씨가 말라 가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시인은 "최근 자리잡이는 옛 방식에서 벗어나 기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하루종일 어선에서 자리를 잡으면 보트로 자리를 실어 나르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의 씨가 말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리가 유명한 마을인데 이처럼 자리가 점점 사라지면 보목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 시인은 1937년생으로 서귀포 보목동 출신이다. 대학생활을 하며 10년간 서울을 떠나 살던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고향에 머물렀다. 지난 1975년 '심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서귀포' '마라도' '풀잎소리 서러운 날' '바람의 초상'등 8권의 시집을 냈다. 지난 2014년 문학아카데미와 계간 문학과창작이 제정한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태윤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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