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8)]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18)저평가된 노랑개자리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8)]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18)저평가된 노랑개자리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목축이 초원 식생구조 변화 일으켜
  • 입력 : 2017. 06.19(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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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너머로 모래땅 엘슨타사르해와 코그노칸산 줄기가 보인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제주 백약이오름 등서 발견되는 노랑개자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식물종 연구 중요 단서

코그노칸산은 두 차례나 찾아갔지만 그 때마다 일정 때문에 정상을 오르진 못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출발했다. 모래언덕을 통과하려는데 노랑개자리가 보였다. 남한에선 제주도에만 자란다. 북한에도 매우 드물어서 함북 무산에 자란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기 힘든 식물이어서 그런지 '한국 속 식물지'엔 아예 다루고 있지도 않다. 여기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개자리 종류로 자주개자리, 잔개자리, 개자리 등 3종을 기재하고 있는데 이 모두 귀화종들이다. 유일한 우리나라 개자리 종류인 노랑개자리는 축에도 끼워주지 않은 셈이다.

이 종은 제주도의 오름, 그 중에서도 백약이오름을 비롯한 제주도 동부지역의 들녘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와 같은 분포유형의 종들을 더 만나겠지만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례에 속한다. 예컨대 피뿌리풀 같은 경우는 몽골, 황해도, 그리고 제주도에 분포해 그 기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피뿌리풀은 이런 유형의 분포를 보이는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삼잎쐐기풀(Urtica cannabina)

노랑개자리는 함경북도 무산 이북인 중국(동북지방), 러시아(사할린), 아무르, 우수리, 시베리아, 그리고 몽골에 나기 때문에 제주도는 분단분포지가 되는 것이다. 제주도 식물종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추적하는데 중요한 단서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런 중요성에 비추어 보면 '저평가된 종'이다.

모래언덕을 빠져 나오자 이제 다시 초원이다. 이 풀밭은 가축들이 깡그리 뜯어먹은 모습이다. 말 그대로 목장인 것이다. 방목한 초원은 어떤 식물들이 자랄까. 심하게 방목하면 초원 본래의 식물군집은 완전히 황폐화되고 모든 생태적 연결들은 교란된다. 정작 원래 그곳에 잘 형성돼 있던 식물군락은 사라져 버리고, 이곳에 자라지 않던 종들과 가축들이 선호하지 않는 식물들이 집단을 이룬다.

동토쑥(Artemisia frigida)

방목초기에는 중간 정도의 습기를 선호하는 풀 종류들, 예컨대 초원개밀, 크릴로프나래새, 바이칼나래새 같은 벼과식물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점차 건조한 곳을 선호하는 식물들이 많아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토쑥, 몽골쑥 또는 삼잎쐐기풀이 집단을 이루게 된다.

이처럼 중앙 몽골 스텝지역에서 목축을 하게 되면 식생이 변하게 된다. 우선 나래새가 주로 자라던 초원은 중간정도의 습기를 좋아하는 풀들로 바뀌고, 다음엔 키 작은 잔디 모양 사초들이 자라다가 중간 정도의 건조한 환경에 잘 자라는 잎이 넓은 초본들로 대체 된다. 다음엔 사초와 쑥으로 구성된 군집으로 발달하고 난 후 잎이 넓은 초본들로 대체 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목축이 이루어지면 마지막에는 1~2년생의 잡초집단들만 남는 것이다.

노랑개자리(Medicago ruthenica)

이와 같은 식생의 변화는 결국 자연적인 초원 또는 숲이었던 곳에 목축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면 우선 가축의 답압으로 토양의 물리적 특성은 점차 수분을 잘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된다.

그리고 식물에 의해 토양으로 공급되던 유기물은 현저히 줄어들게 돼 그 다음의 식생 형성과 유지가 어렵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씨앗이 끊임없이 공급된다 해도 원래 모습의 식생으로는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원에서의 방목은 결국 토양의 수분 유지능력의 감퇴를 초래하여 점점 건조한 식생으로 바뀌게 하는 것이다. 이건 목축이 생명으로 넘실대는 초원을 사막으로 바뀌게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몽골초원 대표식물 동토쑥

몽골 전역에 분포하고 방목에 도움
한라산 특산식물 섬쑥과는 자매종


몽골초원의 대표식물은 무엇일까? 이 동토쑥이야 말로 초원의 대표라 할 만 하다. 몽골에는 쑥 종류가 65종이나 있다. 몽골초원, 물론 칭기스칸공항을 포함해서 어디에서든 독특한 향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은 거의 쑥에서 나는 향이라고 보면 된다.

쑥은 다년생, 2년생, 1년생 풀이거나 관목이다. 직립하는 종, 비스듬히 서거나 땅위를 기는 종들이 있다. 이 무리는 세계적으로 400종이나 될 정도로 종류가 많다. 주로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의 온한대에 분포한다. 보통 쑥은 열대지방보다는 북방의 한대지역에 많다. 러시아에는 카스피해 북단에서 캄차카에 이르기까지 널리 분포하는데 무려 174종이 있다.

동토쑥은 몽골 전역에 분포하고 있다. 방목이 성행하는 스텝초원에서는 가축이 뜯어먹거나 밟혀서 식물체 자체가 아주 작아져 있다. 언뜻 눈에 잘 띄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 동토쑥을 관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축이 잘 가지 않는 절벽이나 바위틈 또는 자갈밭 같은 곳에서는 키가 40㎝에 직경 약 30㎝ 정도의 포기로 자라기 때문에 훨씬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곳에서는 아주 넓은 면적에 마치 잔디밭처럼 자라는데 멀리서 보면 호수로 착각하기 쉽다. 식물체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회백색이 도는 청색이기 때문이다. 몸 전체에 비단 같은 털이 밀생한다. 줄기는 나무처럼 딱딱한 가지를 많이 내는데 열매가 달리는 가지와 생식을 하지 않는 가지로 나뉜다.

방목에는 아주 쓸모 있는 식물이다. 양, 염소, 말, 낙타 등은 연중 이 풀을 먹는다. 소도 이 풀을 먹지만 여름에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쑥 종류는 우리나라에서도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쓰이는 식물들이다. 한반도에는 32종이 있다. 그 중 제주도에는 15종이 있는데, 한라산 특산식물로 섬쑥이 있다. 이 종은 한라산 정상부근에만 자라는데 몽골은 물론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북아메리카까지 분포하는 동토쑥이 한라산에 남아 별도의 적응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한 것으로 생각되는 종이다. 그러므로 이 종 역시 자매종으로서 한라산 종의 기원을 밝혀줄 또 하나의 단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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