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 愛 빠지다] <6> 이혜영 마을출판사 먼물깍

[2017 제주 愛 빠지다] <6> 이혜영 마을출판사 먼물깍
  • 입력 : 2017. 06.29(목)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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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주민-이주민 가교 역할하고 싶어"
선흘 역사·변천사 기록 작업
마을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


"이주민들의 심리 상태를 나름대로 정리해 봤어요. 첫 번째는 여행자의 마음에서 내가 왜 왔나 싶은 초조 불안의 마음, 다음엔 어디든 같구나 하는 일상인의 마음이 되었다가, 고향이 아닌 낯선 이방인의 마음이 되죠. 그 단계를 넘으면 마지막으로 반제주인이 되는 거 같아요. 근데 이것이 끝이 아니라 계속 전 단계인 이방인과 반제주인의 상태를 계속 반복하는 거죠."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마을에 뿌리를 내린 지 7년째라는 이혜영(45)씨. 그는 마을 역사를 비롯해 행사나 문화, 변천사 등 마을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가이자 마을출판사 먼물깍의 편집자이다. 개개인의 삶을 정리·기록하는 건 흔해도 마을 단위의 기록을 남기는 일은 드물지 않으냐면서 주민들과 함께 만든 동백동산 소식지, 생태관광 사례집 등 마을 관련 책들을 보여 줬다. 동네 어르신들이 직접 그리고 쓴 개인 일대기를 비롯해 선흘 분교 아이들과 함께 만든 생태도감 등 손때가 묻어있는 책들이 많이 있었다. 대부분 비매품이라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거냐는 질문에 미소부터 띤다.

"책은 함께 내면서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급히 서둘지 않아도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이곳에서는 더 천천히, 사람의 속도로 다가가고 싶어요."

그는 책 편집 뿐 아니라, 마을의 각종 프로그램·행사에도 적극적이다. '할망에게 배웠쑤다' 는 동네 어르신들이 제주 민요나 재능 등을 이주민이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어르신 재능기부 프로그램이다.

"보통 어르신에게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며 컴퓨터 사용법 등을 가르치려 하잖아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반대로 젊은이들을 돌봐 줄 수도 있어요. 연륜이나 노하우를 우리(이주민)에게 가르쳐 줄 수도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시민단체나 출판사 등을 다니며 15년 가까이 낯선 서울에서 살았다. 빡빡하고 분주한 도시 생활이 마치 떠도는 삶 같이 느껴져 제주로 내려왔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정착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준비가 너무 안 돼 있었던 거 같아요. 도시는 필요한 역할만 하고 자신의 어느 단면만 일부 보여주면 되는데, 여기서는 모든 것들을 서로 알고 공유할 수밖에 없어요. 마을 주민들 모두가 전부 보고 있는 삶. 처음엔 그걸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전부 내려놓고 천천히 다가가며 신뢰를 쌓아갔던 것이 통한 거 같아요. 물론 마을 주민들도 좋게 봐 주셨고요."

그 때문인지 그는 섬주민과 이주민들을 이어주는 데 관심이 많은 편이다. 동백동산이 람사르 습지가 생태관광으로 지정돼, 선흘마을에도 이주민이 많이 늘면서 그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늘었다. 작년에 시작한 '똘같이 어멍같이' 역시 관계 개선프로그램으로 섬주민과 이주민의 인연을 맺고 친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가 마을에서 받고 있는 만큼 나누고 싶다는 것. "지금은 마을 사람 모두가 한 가족 같아요. 처음 적응할 때를 떠올리면서 섬주민과 이주민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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