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김규항의 ‘아포리즘’

[책세상]김규항의 ‘아포리즘’
아포리스트 김규항이 말하는
  • 입력 : 2017. 06.30(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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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어지러운 세상을 향한
간결하고 가볍지 않은 쓴소리


"사람은 내적 음성과 대화하고 외적 음성과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외롭지 않다. 현실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적 음성과의 대화가 부족하다.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고독은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고, 외로움은 다른 사람과 차단된 고통이다. 자신과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사람에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우리 스스로 사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충고하는 급진주의자 김규항 칼럼니스트의 글을 엮은 책이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약 20여 년간 그의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 내용이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직접 와 닿고 있으며,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여운과 존재감 역시 크다. 간결하면서도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은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그의 문장들은 일상적인 소재를 비롯해 우리가 겪고 사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비평을 명료하면서도 잘 직관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의 모습에서 겸손보다 더 품위 있는 건 없다 - 내 생각을 말할 때 겸손하지 않을 수 없는 건 내 생각은 실은 내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수많은 체험과 충격과 학습과 주입 따위들이 내 신체를 거쳐 흐르다 남긴 자국 혹은 상처들이다."

저자는 본인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내가 단어와 단어를 꿰고 이어 붙여 사람들에게 보이는 이유는 단지 세상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묵상과 명상 등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기 위한 글쓰기를 목적으로 하면서, 간결함과 리듬을 추구하는 그의 문장은 때론 독자들에게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수용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아포리즘으로 칭하는 김규향의 짧고 함축적인 문장에 산문성이 강한 문장을 서브 텍스트로 덧붙여 문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좋은 글은 불편하며 좋은 음악은 가슴 아프다" 저자는 글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라, 불편함을 수반하더라도 좀 더 사유함으로써 세계의 본질에 함께 다가가는 도구라고 말한다. 그가 늘 말하는 군더더기 없는 글로써 좀 더 나아진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 그의 글이 비타협적으로 느껴지면서도 불온한 매력이 넘치는 이유다. 책에 있는 그의 말처럼 불가능한 변화는 없다. 느린 변화가 있을 뿐. 그 현실은 우리가 만든 것이고 우리가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알마.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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