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6)]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6)자주개자리, 원산지는 어디?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6)]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6)자주개자리, 원산지는 어디?
재배종인 자주개자리… 귀화식물로 야생에서도 발견돼
  • 입력 : 2017. 08.28(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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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색깔이 다양한 자주개자리.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벼·귀리 등과 같은 재배종 식물, 주변 환경 쉽게 적응 광범위하게 분포
우리나라선 제주도 비롯 전국서 발견… 중국명 옮겨와 ‘목숙’이라 불러

김찬수 박사

자주개자리(메디카고 사티바)는 원산지가 어디인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자라게 됐는지 궁금해지는 식물이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종이다. 학명 그대로 보자면 재배하는 개자리라는 뜻을 갖는다. 왜 이런 학명을 갖게 되었을까? 학명에 '사티바(sativa)'가 들어 있는 식물은 모두 재배하는 작물을 뜻한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식물 중에서 이처럼 학명에 사티바가 들어 있는 식물은 삼(카나비스 사티바), 당근(다우쿠스 카로타 사티부스), 벼(오리자 사티바), 귀리(아베나 사티바) 정도다. 이름만 들어도 경제적 중요성에서 타 식물들을 압도한다. 그런데 이 식물들은 사람들이 재배하는 조건에서만 살고 있다. 야생으로 일출해서 스스로 살아가는 상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자주개자리도 이들 식물처럼 재배종이라는 것인데, 자주개자리가 어땠길래 이런 재배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식물관련 문헌들은 대부분 자주개자리를 귀화식물로 소개하고 있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유럽, 중동, 서아시아, 인도라거나 막연히 지중해 연안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내분포는 중부에서 북부지방 또는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제주도에도 간간이 야생상태에서 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표본실에는 제주지역에서 채집한 표본이 여러 점 보관되어 있다.

몽골에서는 중국과 넓게 걸쳐 있는 대흥안령산맥에 분포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울란바토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지금도 재배하고 있거니와 널리 귀화한 상태이기도 한 때문이다.

중국의 기록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상하게도 중국에서는 그들 나라의 자생종이라고 하지 않고 재배식물이라고 하면서 전국에 널리 귀화식물로 자란다고 한다. 그러면서 원산지를 북아시아, 서남아시아, 어쩌면 남유럽도 원산지일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럼 중앙아시아의 관련기록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중앙아시아에도 여러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것이 알려져 있다. 재배도 하고, 야생으로도 쉽게 적응하며, 잡초로도 흔히 관찰된다는 것이다. 몽골, 카슈가르, 중가르, 칭하이, 티베트, 파미르 등에서 널리 채집한 기록이 많다. 그러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기록은 어떨까? '러시아 식물지'에는 발칸반도와 소아시아에 야생하고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에 널리 재배하고 있으며 잡초로 자란다고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유럽, 지중해연안이라고 하는 얘기는 결국 이 지리적 명칭의 모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칸반도는 아드리아 해·이오니아 해·에게 해·마르마라 해·흑해에 둘러싸여 있는 반도로서 보통 그리스, 알바니아, 불가리아, 터키의 유럽 부분, 그리고 구 유고연방의 일부였던 나라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루마니아가 포함되기도 한다. 소아시아는 아나톨리아라고도 하는데 흑해, 캅카스, 이란고원, 지중해, 에게 해로 둘러싸인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자주개자리를 목숙이라고 한다. 이건 순전히 중국명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주개자리는 그 중에서도 자목숙을 번역한 것이다. 이 이름은 아마도 꽃이 자주색이라는 뜻으로 보이는데 실은 색깔이 아주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꽃차례의 크기, 잎의 모양, 털의 유무 등도 다양하다. 이것은 이 종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자주개자리가 제주도에 온 사연
비장·위장·소장 열독 제거 등 약재 쓰여
말 사료용 가치 높아 특용작물로 재배

자주개자리(Medicago sativa), 이 식물은 정수일의 '실크로드사전'에 따르면 예로부터 여러 가지로 쓰였다고 한다. 부드러운 잎은 담백한 미각과 풍부한 단백질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과 일본에서는 식재료로 그리고 약재로 쓰였다. '본초강목'에는 오장에 이롭고 비만한 사람을 여위게 하며, 비장, 위장, 소장의 열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식물의 가치는 뭐니 뭐니 해도 사료용에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적극 수입했다는 것이다. '태평어람'이라는 옛 책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전한의 한 무제 때 장건의 서역사행을 계기로 포도 등 기타 식물과 함께 중국에 전래되었다는 것이다. 청나라 말 황이인이 쓴 '목숙고'라는 책에도 이를 근거로 한나라 때 중국에 전래되었음을 인정한 내용이 있다. 한나라 이후에도 남북조와 당, 송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역마의 수입이 지속되었으며, 이를 위해 그 사료인 자주개자리의 재배는 계속 늘었다.

그런데 신라는 중국지역의 사회경제 발전과 군사력 증강에 서역마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목숙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음도 알게 됐다. 신라 역시 군사용 말의 대량 사육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목숙을 도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국사기'에도 목숙전을 설치하고 그 관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군사무기의 확보는 국제간 민감한 문제인 것이다. 장비가 있으면 운용에 필요한 연료는 필수 아닌가.

자주개자리는 이처럼 신라시대에 전담기구와 전담관료 및 기록책임자까지 두어 여러 곳에서 재배한 일종의 도입 특용작물이었던 것이다. 지금부터 1000년도 더 된 옛이야기다. 일본의 경우는 메이지 초기 그러니까 1870년 전후에 도입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자주개자리는 어떻게 오게 되었을까? 제주도는 우리나라 최대 말 사육지다. 제주마라는 고유의 품종이 있을 정도다. 신라 때 우리나라는 이미 이 식물을 재배했다. 목축 국가인 몽골에선 지금도 널리 재배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서 알팔파라는 이름으로 재배하고 있다. 제주도에 자주개자리는 도입했을까? 아니면 우연히 귀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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