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조류독감·사스·메르스 등
갈곳 없는 동물과 접촉 늘어나며
무시무시한 병원체 인간에 옮겨
환자들은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토하고 눈이 충혈됐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근육통과 인후통을 호소하며 피섞인 설사를 했다. 1996년 2월, 중앙아프리카 콩고 공화국 접경지역 메이바우트2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침팬지를 도살한 후 나눠 먹은 18명이 그같은 증상을 보이며 앓아눕는다. 첫번째 희생자를 돌봤던 가족이나 친구들까지 감염되며 최종적으로 31명이 병에 걸렸고 21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사망률이 68%에 달했다.
8개월 후, 이번엔 가봉에 위치한 보우에라는 도시 근처에서 유사한 일이 생긴다. 이곳에서는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이 탈출해 전통 주술사인 응강가의 도움을 청하는 과정에 전염병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듯 퍼지기 시작한다.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단계에 접어든 거였다. 의료진까지 전염되는 등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병이 퍼져갔다. 당시 6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45명이 사망했다. 사망률이 무려 75%였다.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을 끔찍한 고통으로 몰아넣은 에볼라 이야기다. 에볼라와 조류독감, 사스, 메르스, '햄버거병'으로 알려진 용혈요독증후군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동물 병원체가 인간에게 건너와 생기는 병인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과학 저술가 데이비드 콰먼이 쓴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는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중국 남부의 박쥐동굴부터 콩고 강변의 외딴 마을, 중앙아프리카의 정글, 방글라데시의 오지, 말레이시아의 열대 우림 등을 종횡하며 무시무시한 병원체들이 사는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체는 박쥐, 침팬지, 고릴라, 사슴, 말, 염소, 앵무새 같은 동물의 몸에 살며 간헐적으로 인간을 공격한다. 유행이 가라앉아도 동물의 몸에 숨어 명맥을 유지하는 탓에 동물 숙주를 멸종시키지 않는 한 근절될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의 접촉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은 근래의 일이다. 왜 그럴까. 인간의 개체수가 이미 70억을 넘는 등 그 숫자와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동물은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로 살 곳이 줄고 인간이 지은 집과 공장과 도로에 밀려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병원체도 갈 곳이 없다. 인간이 나무를 자르고 토종 동물을 도살할 때마다 먼지가 날리듯 병원체가 주변으로 확산된다.
이같은 위험 속에 인간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나긴 지구의 역사 속에서 지나치게 번성한 생물은 스스로 멸망하는 일이 법칙처럼 되풀이되지 않았나. 지은이는 그같은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캐나다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는 소아과 전문의 강병철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꿈꿀자유. 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