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6)] 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6) 사막에서 스텝초원으로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36)] 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36) 사막에서 스텝초원으로
스텝초원으로 된 동물·자연의 세계 ‘샤르가 자연보호구’
  • 입력 : 2017. 11.26(일) 19: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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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영양 보호 위해 보호지역 지정
사막식물에서 스텝식생 특징 나타나


김찬수 박사

투그락솜(Togrog sum)에 도착했다. 솜(sum)은 우리나라로 보면 면 소재지쯤 된다. 그러니까 이곳은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아이막의 하나인 고비알타이아이막의 한 면이라는 얘기다. 고비알타이아이막에는 18개의 솜이 있다. 그 중 이 솜은 알타이시에서 145㎞ 정도 떨어진 곳이다.

야영지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지금이 12시쯤이니 4시간 정도 걸렸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보다 키가 큰 나무는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탁 트인 사막스텝을 달려왔다. 숨이 막힐 정도로 날씨는 더웠다. 섭씨 40℃를 오르내리는 더위다. 그늘이라곤 눈을 씻고 살펴봐도 내리쬐는 햇빛 뿐이었다. 모두 다 휴식을 원했다. 배도 고프고 무엇보다 그늘이 그리웠다.

이 솜에는 학교도 있고, 게르로 된 집들과 함께 꽤 규모가 큰 건물들도 많다. 2009년도 통계로 인구는 1914명이다. 면적이 5342㎢라고 하니 인구밀도는 ㎢ 당 0.36명 정도다. 대략 3㎢에 한 사람 정도 산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515명이다.

알타이의 매서운 바람을 막기 위해 흙벽돌로 담장을 쌓았다.

그러고보면 이곳은 정말 사람이 없는 곳이다. 몽골 전국 인구밀도 1.7명에 비해서도 4분의 1이 안 된다. 그러니 그 긴 시간을 달리는 동안 사람은 물론이고 게르조차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이유가 짐작이 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차창 밖을 바라보면서 만약에 도시생활을 동경해 가출을 한다 해도 도와줄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말라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던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샤르가 자연보호구(Sharga

Nature Reserve)를 횡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로 사이가영양이라고 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보호지역을 말한다. 어쩐지 간간이 멀리 동물들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몽골대원인 엥헤가 이 동물들을 설명하는데 열성적이다.

사람의 세계가 아닌 동물의 세계, 자연의 세계를 달려 온 것이다. 이 보호지역은 2860㎢에 달하는 넓은 면적으로 몽골의 고비알타이주의 샤르가에 있다. 이 종의 보호를 위해 특별히 보호지역을 지정한 것으로 이 지역 외에도 호브드주의 하르 우스 누르 국립공원도 함께 지정했다.

이 샤르가 자연보호구는 사막식물들에서 점차 스텝식생의 특징을 보여 주기 시작했는데 주로 벼과의 나래새로 되어있다. 지표면이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면 살랑거리면서 누웠다간 일어서는 벼를 연상케 한다. 평지를 달려왔다고 느꼈지만 실은 아주 완만하지만 꾸준히 고도를 높여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느새 솜에 도착했다. 흙벽돌로 쌓은 처음 만난 집 담벼락이 인상적이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멸종위기 몽골의 포유류




영국동물학회는 몽골과학원, 몽골국립울란바토르대학교, 세계은행 등의 협조를 받아 2006년도에 '몽골의 포유류 적색목록'을 발표한 바 있다. 몽골의 포유류는 적어도 128종이나 된다. 대형 육식동물에서 박쥐나 토끼같이 작은 동물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는 전 지구적으로 위협상태에 처했거나 중앙아시아에 한정해서 분포하는 종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몽골인들은 사냥이나 여타의 유목생활에 필요한 동물로서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의 45% 정도를 사냥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멸종위기에 처한 몽골사이가영양과 영양.

문화의 일부로서 자연자원의 보전과 적절한 이용은 권장할 만하다. 몽골은 1206년에 이미 칭기스칸의 이크자삭 쿨이라고 하는 세계 최초의 자연보전법이 제정되었고, 13세기 후반 보그드칸산이 최초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이어 1778년 정부 역시 이를 공식 받아들여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보호지역이 되었다. 몽골은 현재 56개소의 보호지역을 지정했으며, 이는 몽골국토의 13.5%에 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128종의 몽골 포유류 중 16%가 위협에 처해 있다. IUCN 기준으로 보면 이 중 2%는 극심 멸종위기, 11%는 멸종위기, 3%는 취약종, 6%는 위기근접종, 40%는 관심종, 나머지 37%는 정보부족종에 해당한다.

여러 가지 동물들 중 몽골 유제류(소와 말 같은 종들)는 14종인데 그 중 11종이 지역 위기종의 범주에 들었다. 눈표범, 흑담비, 고비곰 등 몽골 육식동물의 12%가 역시 취약종이다. 또한 나머지 22%는 위기근접종, 36%는 관심종이었다. 설치류를 제외한 소형 포유류 중 취약종은 없었으나 이들 중 43%는 정보부족종에 의해 평가하기 곤란한 종들이었다. 이 결과는 소형 포유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다면 취약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영양

멸종위기종 중에는 사이가영양이 포함되어 있다. 사이가영양은 몽골어로는 보혼(bokhon) 또는 타타르 보혼(tataar bokhon)이라고 하며, 영어명은 사이가 안텔로페(Saiga antelope), 학명은 사이가 타타라카(Saiga tatarica)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왕코산양이라고도 한다. 몽골에 살았던 이 종의 또 다른 아종(Saiga tatarica tatarica)은 40여 년 전 몽골에서는 멸종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종은 몽골사이가영양(Saiga tatarica mongolica)인데 지구수준에서도 멸종위기종이다.

이 동물은 1998년도에 2950마리, 2000년도에 5240마리로 증가했다가 2005년도엔 1500마리 수준이었다. 그 중의 90%가 지금 우리 탐사대가 통과하고 있는 샤르가 자연보호지구에 살고 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분포한다.

영양은 몽골어로는 하르 술티(Khar suultii), 영어명은 고이터드 가젤(Goitered gazelle) 또는 블랙테일드 가젤(black-tailed gazelle), 학명은 가젤라 서브구투로사(Gazella sugutturosa)이다. 터키,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남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국 등에 분포한다.

몽골에는 취약종으로서 194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 30%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다. 대체로 사냥, 야생 들개의 공격, 서식지 감소, 과도한 개발 등 인간의 교란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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