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다주택자들의 천국 제주

[문미숙의 백록담]다주택자들의 천국 제주
  • 입력 : 2017. 11.27(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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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기준 제주도내 전체가구 22만9337가구 중 45.0%(10만3092가구)가 무주택가구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최근 있었다. 도심 빈 땅마다 건물이 들어서니 무주택자들 중 더러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으려니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무주택자 비율은 전년보다 오히려 1%포인트 높아졌다.

무주택자가 늘어난 것과는 반대로 다주택자 비율은 확대됐다. 주택을 소유한 12만6245가구 중 2건 이상을 가진 다주택 가구는 32.7%로 3가구 중 1가구 꼴이었다. 전년보다 비중이 3.3%포인트 높아졌고, 전국 다주택자 비율(26.9%)과 비교하면 5.8%포인트 높았다. 주택 1건을 소유한 가구 비율은 67.3%로 전국(74.5%)보다 낮았다. 무주택자 비율이 더 확대되고, 주택을 2건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 비율도 전국보다 높은 주택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통계에서도 잘 말해준다.

이같은 제주의 주택소유 현황에 비춰보면 작년 한 해 분양이 진행된 몇 군데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긴 것은 실수요자 외에 매매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이들의 이른바 '가진 자들의 리그'였음을 뒷받침한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 도내 평균주택매매가격은 2억3758만원으로, 3년 전(1억4079만원)보다 68.7%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주택가격(2억3390만원→2억5325만원) 상승률(8.3%)을 크게 웃돈다. 전국 평균 집값이 3년 새 2000만원쯤 오르는 사이 제주는 1억 가까이 오를 만큼 과열이 심각했다. 이쯤 되니 평범한 30~40대 직장인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들 집 장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게 제주의 현실이 돼버렸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주택시장이냐는 물음이 늘 따라다닌다.

혹자는 집 살 형편이 안되면 행복주택, 국민임대주택에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달 초 청약이 진행된 제주시 봉개 국민임대주택(260세대)의 평균 경쟁률은 10.7대 1, 최근 입주자를 모집한 도내 첫 행복주택인 아라행복주택(39세대)의 평균 경쟁률은 24.3대 1이다. 현재 도내에 건축된 7798세대의 국민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대기자는 1437명에 이를 만큼 좁은 문이다. 영구임대주택(1096세대) 입주 대기자는 387명으로, 대기기간이 70개월로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가장 길다.

1~2년마다 이삿짐을 싸야 하는 무주택자들은 날마다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꾼다. 낡은 집에 사는 이들도 새집으로 옮겨가길 원한다. 오래 사용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가 고장 나면 새것을 구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집은 여러 채 가진 이들에겐 기회를 틈타 많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투기의 대상이지만 무주택자들에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일 뿐이다.

최근 도내 주택가격은 상승 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릴 기미는 없다. 오르긴 한 채에 1억 넘게 올랐는데 거래가 뜸해지며 몇백만원 내렸다고 수요자 입장에선 체감될 리 만무하다. 집값 급등이 더 무서운 건 오른 가격이 자연스럽게 주변 시세로 자리 잡는다는 점이다.

제주의 전통적 이사철인 내년 1월 하순 '신구간'이 멀지 않았다. 집 없는 이들은 또 전세나 월셋집으로 이삿짐을 싸야 한다. 집값 폭등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다주택자, 그리고 그 건너편에선 오른 집값의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이 예전의 제주를 더 그리워하는 이들이 살고 있다.

<문미숙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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