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준의 편집국 25시] 통계의 오류와 함정

[조흥준의 편집국 25시] 통계의 오류와 함정
  • 입력 : 2017. 12.14(목)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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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셔서 평균 70점으로 반이 일등을 했다고 발표하자, 한 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면서 유난히 기뻐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 학생의 성적표를 건네주자 신나던 학생은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평균 70점은 그 반의 평균점수지 그 학생의 성적은 아니었던 것. '통계의 오류와 함정'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얼마 전 지인 셋이 모여 이야기를 하던 중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지속 추진을 묻은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73%가 바람직하다'라는 기사를 접하고 모두들 의문을 품었다. 하필이면 모인 세 명 모두 쓰레기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 역시 무작위 선정을 논하면서 자리에 없는 다른 7명은 찬성일 거라며 웃어넘겼지만,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도민과 관광객들 또한 적지 않다. 사실 모든 이를 100%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고,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1년 전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시행 전 보였던 반응과 어느 정도 정착이 된 지금의 상황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을 터. 찬성이 70%라는 통계가 틀렸다고 지적하거나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잘못되었다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재활용 쓰레기에 대한 도민의 관심은 높아졌으며, 쓰레기 소각·매립 비율이 낮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몇몇 긍정적 통계만을 가지고 잘 된 정책이라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30%의 소외된 사람들까지 참여하고 수긍할 수 있는 유기적인 정책을 바랄 뿐.

그 해 반 1등을 놓치지 않게 만든 은사님의 "100점짜리 세 명보다 30점짜리 세 명을 구제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라는 말씀과 소외되기 쉬운 학생들을 더 챙기려 했던 넓은 배려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조흥준 편집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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