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평등 세상 꿈꾸는 무녀… 통신사의 일본 견문

[책세상]평등 세상 꿈꾸는 무녀… 통신사의 일본 견문
송은일 대하소설 '반야'·김종광 장편 '조선통신사'
  • 입력 : 2017. 12.15(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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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상상력 입혀진 '반야'
입담·해학 담긴 '조선통신사'
묵직한 역사소설에 흥미 더해


사극이나 역사소설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중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반야'와 '조선통신사' 두 편의 장편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2007년 첫 출간된 1, 2권에 이어 총 10권으로 완결된 '반야'는 '토지'와 '혼불' 이후 접하는 여성 작가의 첫 대하소설이다. 송은일 작가의 10여 년에 걸친 노력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소설은 조선 중기 영·정조 시대를 다루고 있는 역사물이자 설화와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된 작가의 새로운 이상 세계이기도 하다.

주인공 함채정은 세상의 비밀을 먼저 알고 모든 일의 인과관계를 읽을 수 있는 무녀다.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천한 신분을 타고난 무녀이면서도, 그녀가 가진 신기와 능력으로 신분적 한계를 극복해 나간다.

부친인 영조와 갈등하며 광인처럼 살아가는 사도세자, 이들 사이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세손 이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권력 다툼 속에서 가장 천한 계층으로 태어난 그녀와 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들이 비밀조직인 사신계와 엮이면서 진솔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송은일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신분과 시대를 뛰어넘어 화해와 공존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궁극적인 모습과 문학적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다. 문이당. 전 10권 각 권 1만3800원.

'반야'가 과하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진중한 느낌의 소설이라면 '조선 통신사'는 김종광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과 해학이 담긴 역사소설이다. 조선 후기 통신사인 계미통신사가 조선을 떠나 일본에 다녀오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 역사소설이자 여행기로서 500명의 사내가 300일 동안 1만 리를 걷고 보고 듣고 한 내용들을 충실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독자들에게 그럴 듯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선통신사의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기록물이 그간 소설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작가는 더욱 반색한다. 소설에 필요한 갈등 구조를 일으킬 만한 인물이나 사건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매력이었다고 했다. 조선 후기 평범한 사람들의 떼거리 여행을 다룬 이 이야기는 오히려 기록된 역사보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더 진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런 면에서 통신사의 모든 인물이 이 책의 주인공이며 그들이 여정 중 겪는 모든 일이 특별한 사건이 된다. 가치는 있지만, 소설이 되기 어려운 기록물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구성진 이야기로 재탄생됐다. 다산책방. 전 2권 각 권 1만4000원. 조흥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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