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 환경미화원 해고 논란 어디서부터 꼬였나]

[한라포커스 / 환경미화원 해고 논란 어디서부터 꼬였나]
모호한 정규직 전환기준에 분쟁 불씨 여전
비정규직 "계속 일 할 희망 품게 해놓고선 해고 통보"
시 "계약갱신 기대권 인정 힘들어…6개월 연장은 합의"
  • 입력 : 2017. 12.19(화) 17:33
  • 이상민·손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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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DB

지난 18일 제주도와 제주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69명이 격론 끝에 근로계약을 6개월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당장의 해고 위기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인지 그 기준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런 사태가 촉발됐는지, 또 앞으로의 쟁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봤다.

▶계약 갱신 기대권은 인정할 수 있나=19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제주시는 환경미화원 대체 인력 공개채용 공고를 냈다. 그해 12월부터 시범 실시되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에 대비한 것이었다.

시 관계자는 "요일별 배출제가 실시되면 수거해야 할 재활용품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시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은 공무직(정규직)이기 때문에 정원을 한꺼번에 늘릴 수 없어 일단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은 재활용품 뿐만 아니라 일반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도 맡았다.

 제주시는 그동안 비정규직 환경미화원과의 근로계약 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채용해왔다.

시에 따르면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공채 공고는 지난해 9월을 시작으로 그해 12월과 올해 3월, 7월, 12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은 6개월의 근로계약이 만료돼도 이후 진행될 공개 채용에 응모해 선발되면 일을 더 할 수 있다.

 다만 기존 공공근로사업 참여 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인 사람은 공채에 참여하지 못하게 단서를 달았다. 계약기간이 2년을 넘기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법을 피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제주시가 올해 6월30일로 근로계약 만료를 앞둔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 중 58명에 대해선 공채 절차를 생략하고 '계약갱신'을 하면서 촉발됐다. 58명은 7월에 이뤄진 추가 공채에 응모하지 않았지만 계약이 갱신돼 올해 12월31일까지로 근로 기간이 6개월 더 연장됐다.

 이 때부터 58명은 앞으로도 환경미화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약갱신 기대권'을 품었다고 한다.

계약갱신 기대권은 일정 시점까지만 일하기로 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도 근로계약 갱신을 기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이들을 해고(계약해지)할 수 없다는 법률적 권리다.

그러나 제주시는 올해 7월 계약을 갱신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58명을 포함해 같은달 공채를 통해 추가 고용한 11명에게 지난달 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은 "제주시가 올해 7월 이력서조차 받지 않고 계약을 갱신해줘 내년 1월에도 당연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제주시가 갑자기 해고를 통보해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6월30일부로 계약이 만료하는 환경미화원 중 더 근무하고 싶다는 희망자가 있어서 사정을 감안해 근로계약을 갱신해준 것"이라며 "또 이 환경미화원들도 6개월 단위로 공개채용이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계약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모호한 기준=앞으로의 쟁점은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이 정부가 정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해당하는 지이다.

제주시는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을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 올렸지만 이들 모두 탈락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동복 쓰레기매립장과 색달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정상 가동하고, ICT기반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체계개선사업이 실시되면 이들이 수행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는 게 탈락 이유였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중 그해 직무가 연간 9개월 이상 계속되고 또 이 업무가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지난 7월 근로계약을 갱신한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58명은 직무 9개월 요건은 충족하지만 지속 가능성 요건에 밀린 경우다.

 문제는 탈락을 결정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조차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아니라고 명확히 못 박은 게 아니라 사업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모호한 이유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제주시가 비정규직 환경미화원을 다시 정규직 전환 심의 대상에 올리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업무에 대한 지속 가능성을 놓고 행정당국 스스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상 이들의 고용 불안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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