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의 한라칼럼] 감귤농사

[강상주의 한라칼럼] 감귤농사
  • 입력 : 2018. 01.09(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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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는 농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육지부와 멀리 떨어져 있고, 따뜻한 청정지역이다보니 감귤은 제주의 대표적인 작물이고 많은 도민들이 이에 종사하고 있다. 나도 제주도청 시절에 농정과에서 출발하였다. 민선단체장 시절에는 감귤에 관한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였는데 맛 위주의 생산, 연중 생산, 적정 생산을 기본목표로 하였었다. 그러나 직접 농사를 지을수는 없어서 일선현장에서 볼 때 그러한 정책이 올바른 것인지 체감할 수가 없었고 또 다른 대안들은 없는지 늘 궁금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조그맣게 감귤농사를 시작하였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곤 한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돌발상황 등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 그동안 계속 실패의 연속이고 아직도 그 시행착오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탈피하려고 교육도 받고 있지만 글쎄 잘 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선구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점차 나아지고 있고 큰틀에서의 감귤농사에 관한 문제점은 없는지 나름 보고 있다.

한라봉은 직접 키운지 6~7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초보다. 처음에는 열매를 크게 키우려고 물을 12월까지 줬더니 맛이 없어졌고, 다음해는 열매가 쭈글쭈글 해져 상품가치가 떨어졌다. 몇 해 전에는 영하의 날씨가 며칠 계속된 탓에 동해피해를 입었다. 당시 하우스는 천장부분만 비닐이 씌여졌고 옆 부분은 그냥 망으로만 되어 있어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해에는 비용을 들여 전부 비닐로 덮었고, 자동개폐기를 설치했는데, 그 해 태풍이 엄습하면서 정전이 4일이나 계속됐었다. 밀폐된 하우스의 옆부분을 수동으로 열어놔야 하는데, 깜박 잊어버린 탓에 하우스가 닫혀진 상태로 하루 이상을 지내다보니 내부의 온도가 상승하여 나뭇가지와 열매들이 많이 고사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농사짓는게 참으로 쉬운게 아니구나 느껴지게 되었고, 몇십년을 과수원 현장에서 땀흘리는 농부들의 노고에 대하여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되었다.

어느날 영농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어르신들과 나의 실패경험을 나누니, 그분들의 말씀이 "그것이 왜 그런줄 압니까" 라고 하셨다. "게매양" 이라 답했더니 "그건 교육을 안받아서 그런겁니다" 라고 하신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감귤농사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해야지, 오로지 경험이나 자신의 생각대로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 일 것이다. 과거 일제 강점기에 모슬포의 어부 한 분이 다금바리를 주낙으로 낚으려고 하는데 도대체 안잡히는 것이었다. 옆자리에 쳐놓은 일본 어부의 주낙에는 잡히는데도 그 비결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태풍이 지나간 어느날 일본사람의 주낙을 보니 똑같은 미끼 문어를 썼는데 일본 사람은 통째로, 제주사람은 조냥하느라 토막을 내서 썼다. 다금바리같은 능성어는 먹이를 살아있는 통째로 된 것을 선호하는 습성이 있다는 생물학적 특성을 제주사람은 몰랐던 것이다. 그 후 그 어부는 겨울 마라도 근처에 방어들이 많이 있지만 잡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였다. 사계 앞바다 형제섬 근처에서 미끼로 쓸 수 있는 자리돔을 산채로 잡는 뜰망어법을 개발하였다. 그래서 오늘날 마라도 방어어장이 형성되었다.

감귤농사도 식물의 광합성작용, 호흡 등 과학적 생물학적 토대를 현장에서 잘 응용한다면 더 맛있는 감귤, 더 큰 한라봉을 재배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소득을 올리는 선수들은 아주 식물생리학적 토대를 갖추고 농사 짓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금년부터 맛 위주의 정책전환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잘 부응하는 것 같다. 감귤이 생명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좋은 값을 계속 유지하려며는 하여튼 맛이 좋아야 한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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