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백록담] 지방선거… 구원투수 등판

[조상윤의 백록담] 지방선거… 구원투수 등판
  • 입력 : 2018. 01.15(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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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투수는 선발, 중간계투, 셋업맨, 마무리 등으로 나눠진다. 선발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불펜투수로 불린다. 예나 지금이나 선발투수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최근의 야구는 철저한 분업이 대세다. 특히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프로야구에서는 매 경기 역할분담을 통해 필승카드를 꺼내든다. 현대 야구에선 선발진 못지 않게 불펜투수가 중요시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불펜은 구원투수가 경기에 나서기 전 경기장 한쪽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곳이다.

국내 정치판에도 프로야구처럼 페넌트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제7회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정치권의 경쟁을 일컫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의 승리를 통해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원만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 야권은 중도 및 범보수세력의 결집 등으로 대선 패배 설욕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나설 대표진 선발에 한창이다. 비교적 자원이 풍부해 본선 못지 않은 치열한 예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바른정당과 통합을 준비중인 국민의당 등은 예전같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인재영입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통합을 바탕으로 중도세력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그 결과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 어느때보다 신인은 물론 베테랑 정치인들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포함돼 있다. 바른정당 소속인 원 지사는 최근 방송인터뷰를 통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어려울 것으로,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로인해 원 지사의 무소속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이 와중에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소원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남 지사와 원 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자당의 승리를 위해 두 지사에게 불펜투수 역할을 제안한 것이다. 자신이 선발을 맡았기 때문에 남·원 지사에게 셋업 및 마무리 투수 등을 맡아달라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진영도 원 지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상태다. 남 지사가 일찌감치 자유한국당 복당을 예고한터라 원 지사는 통합진영에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합정당에서도 원 지사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지방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지역민들의 선택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선거를 수개월 앞두고 일부 야당 후보들이 진영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선택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후보들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공천권을 쥔 중앙당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불펜투수로 대기중인 가운데 언제든지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치판의 구원투수는 어느 정파, 어느 세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 물론 구원투수는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내놓는 필승카드가 대부분이다. 구원투수, 특히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그르치는 블론세이브도 종종 있을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여서 블론 세이브가 중요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나 민생에서는 블론세이브가 용납되지 않는다. 또다시 4년이나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어떤 후보자가 살아남든 남은 기간 후보공천 등 정치권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다. 결과는 '당락'으로 나타난다.

<조상윤 정치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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