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눈폭탄에 한파까지 슬기로운 겨울생활로 즐겨요”

[휴플러스] “눈폭탄에 한파까지 슬기로운 겨울생활로 즐겨요”
  • 입력 : 2018. 02.08(목)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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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진 폭설로 제주섬은 바다에서 중산간을 거쳐 한라산까지 온통 겨울왕국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라일보DB

겨울바다… 눈덮인 백사장·서핑족도 등장
중산간도로… 눈썰매장·드라이브로 인기
한라산… 눈폭탄 속 트래킹으로 만난 설경

입춘을 넘겨서 봄인가 했더니, 제주는 도로 한겨울이다.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눈날씨에 익숙해진 도민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 출퇴근길 도로 상황과 교통 정보를 공유하면서 '슬기로운 겨울생활' 중이다. 눈 속에 파묻힌 건지 눈을 뚫고 피어난 건지 종잡을 수 없는 노란 복수초가 연일 SNS를 장식하고, 해수욕장 백사장에는 눈사람도 등장했다. 파도를 헤치며 겨울바다의 풍경을 새로 쓰고 있는 서핑족과 눈덮인 한라산에서만 연출 가능한 윗세오름의 구상나무 군락까지 제주는 지금 어디나 겨울왕국이다. 천국에 겨울이 있다면, 바로 지금 제주의 모습이 아닐까.

■ 해안도로 풍경

김순이 시인은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고 노래했다. 파도가 거센 맨 살의 겨울 바다, 거기에 눈 덮인 백사장이 더해진 풍경을 지금 만날 수 있다. 특히 조천해안도로는 드라이브하면서 겨울 제주바다의 멋을 느끼기에 적합한 곳이다. 조천 연북정에서 시작해 신흥해안을 거쳐 함덕해수욕장까지 약 5㎞의 해안도로는 자연경관과 역사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도 있다.

연북정 인근의 이색 카페와 음식점은 간판과 건물 색깔만으로도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제주섬에서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관곶에서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제주항일기념관과 조천만세동산에 들러 역사를 되새겨볼 수도 있다. 바다 한복판에 조성된 방사탑과 용천수가 있는 신흥해안은 자연과 사람이 빚어낸 절경이다. 이번 주말 날씨만 허락해준다면, 함덕해수욕장 백사장에선 8일 이른 아침 기습 대설특보를 만난 관광객들이 만들어놓은 눈썰매와 서우봉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제주시 이호해변에서부터 김녕해안, 신양해안, 오조리해안까지 겨울 제주바다를 즐기는 서핑족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용감한 자만이 아름다움을 제공한다'고 격언도 새로 쓰고 있다.

■ 중산간 눈밭

이번 폭설에 제주 도심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다. 폭설이 쏟아지는 와중에 인도 위에서 아이들이 탄 썰매를 끌고 외출을 감행한 엄마들은 분명 겨울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다. 이 엄마들은 이번 주말 아이들을 위해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곳을 찾아가리라 믿는다.

제주에서 눈 내린 직후 가장 많이 찾는 천연 눈썰매장 중 하나가 5.16도로의 마방목지이다. 겨울이면 말 대신 노루들의 휴식장소인 이곳은 넖은 평지이지만 곳곳에 얕은 언덕이 있어 안전하게 눈썰매를 즐길 수 있다. 한라산을 동서로 가르는 산록도로와 절물자연휴양림 앞을 가로지르는 명림로 등 중산간 이상 도로 어디에서나 있는 언덕이 바로 눈썰매장이다.

마방목지나 명림로를 찾는다면 비자림로를 놓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비자림로의 진가는 특히 겨울에 드러난다. 눈쌓인 삼나무 사잇길을 질주하면 탄성이 절로 퍼진다. 제주 겨울왕국의 모습을 한라산에 오르지 않고도 확인 가능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비자림로 인근에는 사려니숲길과 절물자연휴양림, 노루생태숲 등 가족이 함께 눈밭에서 뒹굴 수 있는 휴식처들이 많다.

■ 한라산 절경

한라산은 국내 전문 산악인들이 히말라야 등 외국 원정을 가기에 앞서 반드시 거쳐가는 겨울철 산악훈련의 메카이다. 허리 높이까지 쌓이는 눈과 거센 눈보라, 영하 20℃를 넘나드는 혹한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극지의 환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처럼 쉴 새 없이 눈이 많이 내린 겨울 한라산은 흔치 않은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산악인들이 겨울 한라산 중에서도 윗세오름의 구상나무 군락을 백미로 친다. 서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크리스마스 트리로 평가받는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군락을 이룬 지역은 한라산뿐이라고 한다. 어리목탐방로와 영실탐방로에서 오르면 지구에서 하나뿐인 경이로운 구상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에서도 겨울왕국의 모습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곳이 성판악탐방로의 산정호수인 사라오름이다. 사철 마르지 않고 큰비가 내리면 탐방로까지 덮을 만큼 수량이 풍부한 사라오름은 지금 꽁꽁 얼어붙었다. 제주에서는 너무 먼 평창의 아이스링크 분위기를 대신하기에 충분하다. 눈이 내리거나 안개가 낀 사라오름도 비경이다.

하지만 8일 오후 현재까지 한라산 탐방로(어리목, 영실, 성판악, 관음사, 어승생악, 돈내코, 석굴암)는 기상악화로 모두 탐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모든 탐방로에 눈이 1m 이상 쌓여서 제설작업이 불가능하고, 언제 탐방을 재개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탐방하기 전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나 전화(어리목 713-9950, 성판악 725-9950, 영실 747-9950, 관음사 756-9950, 돈내코 710-6921)로 탐방이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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