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제주하면 떠오를 그 무엇

[문만석의 한라칼럼] 제주하면 떠오를 그 무엇
  • 입력 : 2018. 04.17(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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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제주국제공항은 여전히 밀려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짐을 찾고 각자의 일정에 맞춰 제주를 향유한 후, 그들에게 기억되는 제주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 대다수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아름다운 해안가의 특색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정갈한 숙박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며, 맛집을 찾아 식사를 한다. 제주에서의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들이 보낸 며칠은 어쩌면 그들이 생각한 제주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한 제주의 모습은 각자의 취향만큼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청정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힐링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처리용량을 넘어선 오폐수 배출량, 양돈농가의 가축분뇨 무단배출과 축산 악취, 해안가에 쌓이는 쓰레기 등은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일그러뜨린다. 올레길과 곶자왈의 숲길로 대표되는 느림과 힐링의 이미지는 교통체증, 주차난, 불친절 등에 의해 왜곡된다. 공존을 표방하지만 자연과의 공존도 사람 사이의 공존도 지난한 일이 된다. 우후죽순 시행되는 대규모 개발은 필연적으로 자연을 궁지로 내몰고, 사람 사이의 갈등을 초래한다. 제주는 그동안 하드웨어를 짓는 데 치중하느라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소홀하였고, 정작 필요한 하드웨어는 완비하지도 못하였다. 법원에 의해 사업이 중단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를 비롯하여 최근 논란이 되는 신화련 금수산장, 오라관광단지 등은 대부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숙박과 주거시설 혹은 카지노가 주요 사업이다. 일부 개장한 신화역사공원은 신화와 역사가 없는 대규모 숙박시설과 푸드코트, 편법으로 이전한 대형 카지노로 구성되었다. 일부 놀이공원을 콘텐츠로 구색을 맞추었지만, 의도했던 신화와 역사가 담긴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조악하다. 신화역사공원은 어쩌면 개발에 몰입하느라 콘텐츠 생산에 미흡한 제주의 현재를 적시하고 있다.

홍콩의 야경,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의 공연 프로그램, 싱가포르의 슈퍼트리 쇼 등은 그 도시를 찾는 사람들 모두가 우선적으로 찾는 콘텐츠이다. 일본의 나오시마는 문화와 예술의 섬으로, 스위스의 몽퇴르는 재즈의 도시로 명명된다. 그 동안 제주는 섬이라는 한계 속에서 다른 섬들의 사례를 참고하였다면, 이제는 그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 유수의 관광도시와 비견되는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제주의 다양한 이미지 속에서 누구나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제주의 정체성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라산 국립공원과 성산 일출봉의 입장료를 인상하거나 입도세 도입 등을 논의하기 이전에 고품질의 콘텐츠를 개발하여 향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홍콩의 야경 퍼포먼스나 싱가포르의 슈퍼트리 쇼, 마카오 카지노의 소소한 공연 등은 높은 생산비용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콘텐츠의 가치는 콘텐츠 자체가 지니는 파급효과에서 나온다. 이들 콘텐츠의 가치는 주변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소비를 유도하는 데 있다.

제주 콘텐츠는 제주와 제주인의 이야기가 담기고, 과거의 답습에서 벗어나 변화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동안의 여러 시도가 일회성이나 전시성 행사로 끝나버린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외부의 역량을 모아 지속가능 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효율적 투자 위에 홍보를 강화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이를 통한 관광의 질 제고가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어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고, 그 혜택이 도민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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