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5)]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5)호브드강가의 식생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5)]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5)호브드강가의 식생
고산준령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며 독특한 식생 형성
  • 입력 : 2018. 04.30(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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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 우스호로 흘러가는 호브드강.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 송관필 김진 김찬수

김찬수 박사

바얀호슈(Bayankhoshuu)솜을 지나가고 있다. 이 길은 이 마을의 북쪽으로 나 있다. 길이 100여m의 다리를 빠르게 달리고 있다. 소용돌이치면서 흐르는 강물의 양이 엄청나다. 호브드강이다. 해발 4000m가 넘는 고산준령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다. 이 물의 종착지는 카르 우스(Khar Us)호다. 몽골어로 검은 물 호수라는 뜻이다. 제주도에서 검은 말을 부를 때 쓰는 '가라말'의 '가라'와 같은 뜻이다.

우리는 호브드에서 부얀트강을 따라 달리다 마치 드넓은 오아시스 같은 노르진하이르한에서 잠시 식물을 탐사한 후 이곳을 통과 하게 된 것이다. 이 다리에 접근하기 전 우리는 기름진 평야 같은 지역을 해가 서산에 기우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짧은 시간이나마 탐사했다.

호브드강가, 큰 나무들이 보인다. 물가에 자라는 나무들은 역시 대부분 버드나무들이다. 그래도 조금 땅이 드러나 있는 가장자리엔 가시골담초(Caragana spinosa)들이 보인다. 몽골에는 골담초에 속하는 무리가 13종이 자라고 있다. 대부분은 건조에 적응한 종들이다. 건조지역 중에서도 모래, 자갈, 암벽 같이 극심한 건조 상태에서 산다. 그런데 이 가시골담초만은 강변이나 습지 주변에 자라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고립된 환경이야말로 이처럼 식물들이 다양하게 진화하는 곳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가시골담초 학명 '스피노사'는 라틴어에서 기원하는데 '가시처럼 되는'의 뜻이다. 발생학적으로 보면 가지임에 틀림없다. 잎이 4쌍 내외가 달린 작은 가지가 나오면서 점차 잎은 탈락하고 끝은 뾰족해져서 전체적으로 가시모양을 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경침이라고 하는데 잎이 진 상태에서 무심코 보면 그냥 줄기의 표면에서 생긴 가시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낫개미자리.

넓은잎다닥냉이.

물가에 자라는 가시골담초(위)와 줄기가 변한 가시(아래).

화려한 풀들도 자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낫개자리(Medicago falcata)는 활짝 핀 꽃이 사막의 햇빛을 받아 샛노랗게 반짝이고 있다. 아주 큰 군락이다. 이 종은 본 란 26회(2017년 8월 28일자 게재)에서 다뤘듯이 개자라속 식물이다. 우리나라엔 자주개자리, 잔개자리, 개자리, 노랑개자리 등이 자라고 있다. 노랑개자리는 국내에서 제주도와 중부이북에만 자라는데 나머지는 모두 전국에 귀화해 널리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 낫개자리는 몽골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에 널리 분포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유럽에서 중앙아시아, 몽골, 내몽골을 거쳐 중국 동북지방의 연길까지도 분포하고 있지만 한반도에는 분포한다는 기록이 없는 것이다. 과거 어느 시기 우리나라에 분포한 적이 있으나 어떤 이유로 지금은 사라진 것인지 아직 한 번도 분포한 적이 없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초원, 고산의 사면, 계곡, 건조한 모래벌판 같은 곳에 자라는 이 종의 생태적 특성으로 볼 때 백두산, 개마고원, 기타 백두대간의 어느 곳에 자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말 이름은 학명 '팔카타'가 라틴어로 '낫'을 의미하므로 낫개자리로 했다. 콩꼬투리가 낫 모양으로 휘어져 있다.

물가 풀밭에 넓은잎다닥냉이(레피디움 라티폴리움, Lepidium latifolium)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십자화과 다닥냉이속 식물이다. 학명의 '라티폴리움'이 '잎이 넓은'의 의미를 가지므로 우리나라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간혹 1m 이상 크게 자라기도 하는 식물이지만 여기서는 50㎝ 정도다. 전체적으로 곧추 서서 자라며 가지를 많이 친다. 잎은 가죽질이다. 표면이 반짝이고 질기다. 다소 회색이 돈다. 우리나라에 인접한 중국에도 분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인도, 카슈미르, 카자흐스탄, 키즈기르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의 속 식물지'라는 자료에는 이 속 식물로 우리나라에 8종이 자라는 것으로 돼 있다. 몽골에는 7종이 분포한다. 그 중 미륵냉이와 앉은잎다닥냉이 2종이 공통이다.

미륵냉이는 인천에 분포하는 종인데 세계적으로는 넓은잎다닥냉이와 분포지역이 유사하다. 앉은잎다닥냉이는 평안남도에 자란다. 러시아, 중국,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도 분포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보면 '한국에서 자라는 다닥냉이속 6종은 전부 북아메리카 또는 유럽에서 귀화한 식물이다'라고 돼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오히려 아시아 원산으로 유럽, 아메리카로 귀화한 종들이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 송관필 김진 김찬수

카르 우스호와 카르호

호브드 아이막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다. 모두 알타이산맥의 높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고여 만들어졌다. 그 중 카르 우스(Khar Us)호는 48°02′N 92°17′E에 있다.

이 호수로 유입하는 물은 거의 모두 호브드 강이 담당하고 있다. 강의 유역면적은 7만4500㎢라고 하니 엄청난 면적이다. 러시아 영토에서 흘러드는 물도 포함하고 있다. 수면면적 1496.6km², 평균수심 2.1m, 수량 3.12 km³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수면은 해발 1160.08 m에 위치하고 있다.

호수의 장경은 72.2 ㎞, 단경은 36.5 ㎞다. 제주도와 크기와 모양이 아주 비슷하다. 호수면적은 1578㎢, 평균수심 2.2m, 최대수심 4.5m다, 수량 3.432 ㎦에 달한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얼어있다. 호수 가운데 악바쉬섬이 있다. 몽골 호수 중 두 번째로 넓다.

이 호수보다 동쪽 가까운 곳에 카르(Khar)호가 있다. 검은 호수라는 뜻이다. 초노하라이흐강이 흘러든다. 유역면적은 7만6800㎞로 카르 우스호보다 조금 더 넓다. 역시 러시에서 흘러드는 물도 포함하고 있다.

호수의 장경은 37㎞, 단경은 24㎞, 수면면적은 575㎢로 카르 우스호의 1/3을 상회하는 넓이다. 평균수심 4.2m, 최대수심 7m, 수량은 2.422㎦다. 수면은 해발 1132.3 m이다. 12월부터 4월까지는 얼어있다.

이곳의 호수들은 면적에 비해 수심이 얕다. 이것은 중앙아시아 호수들의 공통점이다. 어떤 이유로든 유입량이 감소하거나 증발 또는 소비량이 증가하면 호수면적이 급격히 축소되는 특성이 있다. 간혹 호수가 사라진다거나 사라진 호수가 다시 생겨나기도 하고, 심지어 호수가 이동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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