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잔인한 4월에 찾아온 한반도의 기적

[고대로의 백록담] 잔인한 4월에 찾아온 한반도의 기적
  • 입력 : 2018. 04.30(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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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한반도에 기적같은 일이 찾아 왔다. '4월 전쟁설'까지 나돌았던 한번도에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화성15를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고조됐다. 미국 정가 일각에서는 '4월 전쟁설'까지 흘러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ICBM 발사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정신병자'를 뜻하는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 부르며 공격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존 볼턴을 임명하면서 한반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존 볼턴은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으로 '초초강경'으로 분류된다. 그는 이란과 중국·북한에 대한 전면 공격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란 핵 문제의 해법은 협상이 아니라 폭격이다." "미국의 가장 큰 적은 중국으로 전쟁을 해서라도 중국을 주저 앉혀야 한다." "북한에 대한 선제 폭격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정당하다" 등의 막말을 거침없이 해 온 인사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을 언제 선제 공격해도 놀라울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봄 눈 녹듯이 사라졌다.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 공동합의문을 통해 올해 내 종전을 선언하고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 정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고 불가침 합의를 엄격히 준수하기로 했다. 한반도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으며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했다.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정상회담 전날 일본 아사히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했다. 또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김정은의 위장 평화쇼를 나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2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 선언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정상회담을 폄훼했다.

이 같은 생각을 염두에 둔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가 오늘 북과 남이 전체 인민들과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수표한 이 합의가 역대 북남 합의서처럼 시작만 된 불미스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두 사람이 무릎을 마주하고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반드시 좋은 열매가 맺어지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를 비롯한 일부 가짜 보수들은 이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종전 선언과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약속한 남북정상회담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한반도의 상황을 종식시켜 주었고 북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그 자체 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고대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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