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배포와 뚝심' 오래된 식당의 성공 비결

[책세상] '배포와 뚝심' 오래된 식당의 성공 비결
박찬일 셰프가 쓴 '노포의 장사법'
  • 입력 : 2018. 05.11(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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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장사 내공 오롯
3년간 전국 26곳 발품
인심·정직함으로 승부

'노포'는 대를 이어 수십년간 특유의 맛과 인심으로 고객에게 사랑받아온 가게를 말한다. 글쓰는 셰프 박찬일이 노포 탐사 프로젝트로 전국의 숨은 '밥장사의 신'을 찾아 다닌 3년간의 기록을 '노포의 장사법'에 담아냈다. 50년을 훌쩍 넘는 뚝심있는 노포 식당들의 성공비결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책에는 서울을 비롯해 여수, 목포, 수원, 대전 등 전국의 노포 26곳의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는 노포의 제1비결을 멀리 볼 줄 아는 장사꾼다운 배포와 뚝심을 든다. 하루 500그릇만 파는 서울 하동관과 80억원을 준다해도 팔지 않은 팔판정육점, 그리고 60년차 주방장의 조선옥까지…. 1939년 문을 연 하동관은 매일 소 한마리 분을 받아 그 양만큼만 판다.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다. 1940년 창업한 팔판정육점은 고기 값이 폭등해도 예전 가격을 고집하는 '장사는 크게, 멀리 보는 것'을 실천하는 곳이다. 그리고 일흔이 넘는 현역의 직원과 조리장들이 여전히 갈비를 굽고 홀을 지키는 조선옥도 변하지 않는 매력을 지닌다.

노포의 제2비결은 일에 대한 집념, 맛은 변해도 배불리 먹여 보낸다는 변치 않는 인심이다. 67년간 빚어온 부산 신발원의 중국 산둥식 만두와 며느리가 진화시킨 대전역 터줏대감인 신도칼국수, 그리고 첫 자리를 고수하는 서울 돈암동 태조감자국도 인상적이다.

제3비결은 세월을 이기고 대를 이어 전설이 된 지속의 힘이다. 옛 영화를 함께 추억하는 대전집에서 구순의 노익장이 빛나는 을지오비베어까지 이채롭다.

박원순 시장은 이 책의 추천사로 이렇게 쓴다. "사람처럼 늙어간 가게를 '노포'라 부른다. 노포에는 오랜 노동의 흔적과 사람에 대한 온정과 음식에 대한 고귀한 철학이 존재한다. 작은 점포에서 큰 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본받아야 할 위대한 장사 내공이 숨어 있기에, 나는 이 가게들이 더 오래가기를 바란다. 더 늙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노포의 생존법은 역시 맛이다. 그리고 '한결같음'이다. 사소할 것 같은 재료 손질부터 오직 전래의 기법대로 내는 일품의 맛이 정직함이다. 거기에 단골손님과의 연대감이 더해지면서 정감 넘치는, 구수한 사람 냄새 나는 풍경이 바로 노포다. 그래서 이 책은 '대를 이어 수십 년간 변하지 않은 것들의 위대함'을 옛 추억과 곁들여 내고 있다. 인플루엔셜.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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