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부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신평양조장.
1933년부터 할아버지·아버지·아들 3대째 가업 이어각종 도구·술 등 역사자료 전시… 막걸리빚기 체험백련 막걸리 2009년엔 청와대 건배주로 선정되기도백제·고려시대 사찰 승려의 관습 현대적으로 재탄생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에 위치한 '신평양조장 '은 지난 1933년에 설립돼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또 아들로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전통양조장이다.
지난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의 근대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찾아가는 양조장'에 국내 최초로 선정됐다. 2015년 한국형 브루어리 투어 활성화를 목표로 양조문화 체험관 '백련 양조문화원'을 개원해 대한민국 전통 막걸리 양조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제 '막 걸러낸 술'이라는 뜻의 막걸리. 이 때문에 하찮은 술로 대접받기도 한다. 하지만 막걸리의 깊은 맛과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결코 가볍게 대할 수만은 없게 된다.
옛 양조장 건물.
'신평양조장'이 처음 막걸리를 빚어 팔기 시작한 것은 1933년. 이곳에 있는 일제시대때 일본식 청주를 빚었던 도구가 세월의 흐름을 대변해 해준다. 1968년 양조장 운송용 자전거 수리 영수증도 보관돼 있다.
현재는 창업주인 할아버지 김순식 1대 대표의 뒤를 이어 아버지 김용세 옹이 지켜온 양조장을 이제는 손자인 김동교씨가 물려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김동교 대표
김동교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양조장 바로 옆에서 살아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다. 그래서 양조장을 이어 받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감이 없었다. 다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가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백련막걸리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당진의 최상급 해나루쌀과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높은 백련잎을 원료로 해서 막걸리를 제조하고 있는데 맛이 깊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다른지역 애주가들이 이 곳에 와서 술을 사 가기도 한다"고 했다.
신평양조장에서 빚어낸 술
신평양조장에서 내놓는 대표적인 술은 모두 4종류다. 이중 백련 생막걸리 'Snow'(750ml·도수 6%)는 당진쌀에 백련잎을 넣어 발효시킨 깔끔하고 담백한 막걸리로 인기가 좋다.
백련 막걸리는 불교가 융성했던 백제, 고려시대 사찰을 중심으로 연잎을 넣어 곡차를 만들어온 사찰 승려들의 관습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제품으로 83년 선대들의 손때가 묻어 있는 종국실에서 과거와 같이 수작업으로 종국(쌀누룩)을 제조하고 있다. 수제로 만든 쌀누룩으로 밑술을 담고 고두밥과 백련잎을 첨가해 발효시킨다. 백련 막걸리는 지난 2009년 청와대 건배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련 막걸리 'Misty(500ml·도수 7%)도 불교가 융성했던 백제, 고려시대 사찰 승려들의 관습을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제품으로 2014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 2015년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소량으로 80년 이상된 오래된 항아리에서 정성스럽게 발효시켜 만든 술로 당진의 명품쌀 해나루쌀에 백련잎을 넣어 발효하여 깊고 은은한 향과 맛이 특징이다.
백련 맑은술(375ml·도수 12%)은 스테이크 등 양식과도 잘어울리는 세련된 약주제품으로, 특히 2014년에는 삼성그룹 신년회 건배주로 선정이 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막걸리와 동일한 발효과정을 거치고 나서 일정기간 숙성시킨 후 맑은 부분만 여과해 만든 술이다. 대한민국 정통 약주이지만 누룩취가 강하지 않아 화이트 와인처럼 깔끔하고 은은한 향이 일품인 제품이다.
김 대표는 서울에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를 다양한 안주와 맛볼 수 있는 가게를 오픈해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전통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화석에 가까운 보존의 대상일 뿐이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소통할 수 있어야만 살아있는 전통"이라고 했다.
백련 양조문화원에서는 내국인 뿐만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다양한 체험도 즐길수 있다. 막걸리 빚기(2시간)와 막걸리 소믈리에 클래스(2시간), 증류주 체험(3시간)과 누룩전 만들기(1시간30분)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방문객들은 체험뿐아니라 술의 역사와 전통, 3대를 이어온 '신평양조장'만의 자부심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백련 양조문화원 내 체험장옆에는 1933년 이후 현재까지 신평양조장에서 사용했던 각종 도구와 술과 관련된 역사적인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백련 양조문화원 뒤편에는 백련을 재배하는 큰 연못이 있다.
신평양조장은 전통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적 가치를 맛이라는 또 하나의 언어로 고객과 소통하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적 기업인 동시에 장인의 예술혼이 담긴 우리술을 빚는 백년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역의 좋은 쌀로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3대째 술을 빚어온 전통주의 명가 '신평양조장'에는 오늘도 인생의 향기를 담은 아름다운 술이 익어가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