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연애편지 같은 헌법 독후감을 띄우다

[책세상] 연애편지 같은 헌법 독후감을 띄우다
김제동의 '…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입력 : 2018. 09.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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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헌법이라는 책을 들여다본 건 신문 칼럼에서 우연히 읽은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37조 1항이다. 그는 이 구절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연애편지의 한 대목 같았다. 그게 2016년 중순의 일이었고 그는 이내 헌법 속으로 빠져든다.

방송인 김제동이 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그가 읽은 헌법 독후감이다. 그가 에세이로 전하는 헌법은 딱딱하고 어렵고 문턱 높은 곳에 있지 않다. 헌법은 우리의 존엄을 일깨우고 억울한 일 당하지 말라고 토닥여주는 '우리들의 상속 문서'다.

"헌법 중에서 국민이 지켜야 할 조항은 사실상 38조 납세의 의무, 39조 국방의 의무 정도예요. 나머지는 전부 국가 권한에 대해서 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를 적어놓는 거더라고요."

그는 헌법을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 국민이 보통 '갑'이 아닌 '슈퍼 갑'이란 걸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헌법 조항은 전문을 포함해 130조까지 있는데 1조에서 37조까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 추구권, 평등권,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이 열거됐다. 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이 아니라 국가 기관이 권력자인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해야 하는지 적어놓은 법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위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헌법은 약자에게 남은 마지막 무기이면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말라고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서 도와주는 친구처럼 헌법도 "니들 이렇게 무시당하고 살면 안 돼"라고 일러준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항이 법조문에만 머무르지 않고 살아 움직이려면 '진짜 갑'들이 그걸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국민 각자가 헌법 해석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놓았다. 누구나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된다고 그는 덧붙여 말한다. 우리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소소한 권리들이 헌법에 보장되어 있으니 저마다 그걸 느껴보시라. 나무의마음.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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