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열기에 쉼없이 이어지던 관광객, 짓기 무섭게 팔려나가던 주택 등 초호황이던 제주 경제지표에 줄줄이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최근 공표되는 여러 지표들을 보면 인구 유입도, 관광객도 꼭짓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주인을 못찾은 미분양주택은 여행객을 겨냥한 불법 숙박업소로 변질돼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잠시 호황기를 누리나 싶더니 어느새 호황 국면은 썰물처럼 달아나고 있다.
제주에 관광숙박시설이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왔던 건 2011~2012년이었다. 그 후 저금리로 관광시설에 융자지원된 관광진흥기금의 70~80%가 숙박시설 신축에 몰린 결과 2018년 말 관광숙박업으로 등록된 객실은 3만2170실로 2012년(1만3965실)보다 130.4% 늘었다. 닷새 전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1~3월 객실 예약률이 20~30% 수준이다 보니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영업하는 곳들이 있다. 직원 월급도 못주는 곳이 있을 정도"라며 서귀포시청을 방문한 제주도지사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 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순이동(순유입) 인구도 1년 새 감소세가 확연하다. 2014년 순이동인구가 1만1112명으로 사상 처음 1만명 돌파 후 2015~2017년에는 연속 1만4000명대를 유지했지만 2018년엔 8853명으로 줄었다. '더 이상 예전의 매력적인 제주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정주여건도 악화돼 과거와 같은 제주이주 열기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분양주택은 작년말 기준 1295호로 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집이 다 지어졌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한 준공후 미분양은 750호로 전체 미분양의 절반이 넘는다. 빈 집이 남아도니 폭등한 가격이 조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수요층은 관망하지만 가격 조정은 쥐꼬리 수준이라 수요자 입장에선 체감이 되질 않고, '진정세'라는 표현조차 머쓱하다. 더욱이 부동산가격이란 게 한번 오르면 수요나 공급이 감소하더라도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강한데, 제주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주택 서민층을 억누른다.
마냥 봄날일 것 같던 관광객도 지난해 1431만3961명으로 전년보다 3.0% 감소했다. 2016년 1585만2980명으로 사상 처음 1500만명 시대를 연 후 중국과 사드 갈등이 터진 2017년 1475만3236명으로 줄어든 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이러다간 하·허·호 차량 번호판을 마주할 때마다 "그들이 더 이상 반갑지 않다. 그만 왔으면 좋겠다"던 푸념이 그리워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세계는 물론 국내 경제도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고, 불황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불황의 역설도 존재한다. 또 호황에 불황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위협요소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꼭짓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든 제주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10~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양적보다는 질적 관광성장을 강조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세계의 보물섬이라고 자랑하지만 어떻게 관광의 질적성장을 모색하고, 제주의 가치를 키워갈 것인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얼마나 체계적이었는지 하는 부분이다. 당장 눈앞의 위기상황을 넘기기 위해 진통제에 의지했던 건 아니지, 만약 그랬다면 더 늦기 전에 치료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