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합법과 불법이 공존하는 제주 숙박업계

[문미숙의 백록담] 합법과 불법이 공존하는 제주 숙박업계
  • 입력 : 2019. 04.08(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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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귀포시 혁신도시 일대 11개 단지형 아파트 게시판과 엘리베이터 안에는 불법 숙박영업 단속·신고 안내문이 나붙었다. '아파트 내에서 불법 숙박영업이 의심되거나 확인시엔 신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파트에서 뜬금없이 불법 숙박영업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는데, 서귀포시가 안내문을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에 전달하며 게시를 요청한 사연은 이렇다. 최근 아파트에서 여행용 트렁크를 끌고 드나드는 이들과 렌터카가 자주 목격되고, 주변 거주민들의 소음과 방범 관련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민박업은 제주에서는 제주특별법 특례규정에 따라 조례로 관광사업에서 제외돼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에서의 민박업은 엄연히 불법이다.

현재 제주지역의 여러 정황상 숙박업은 공급관리 측면에서 위기임이 분명하고, 과잉을 넘어 난립 수준이다. 국내외 관광객 수요 증가로 숙박업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정부와 연구기관의 분석에 제주에서는 2007년부터 저금리로 지원한 관광진흥기금의 70% 이상이 호텔 등 숙박시설 신축에 집중됐다. 또 2012년 제정된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이 2016년까지 적용되면서 시장에서도 숙박 수요가 한없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앞다퉈 공급을 늘렸다.

그 결과 올 2월말 기준 도내 관광숙박업 등록 객실수는 3만2103실로 2012년(1만3956실)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관광숙박업을 포함한 전체 숙박시설은 7만2162실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올 초 도내 하루평균 체류관광객수가 17만6000명으로, 객실 2만6000실이 남아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정상가격의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요금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거나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갈등으로 불거진 중국인의 한국관광금지가 풀리면 사정이 좀 달라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도내 숙박업 과잉은 증가한 객실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숙박업 신고도 하지 않고 간판만 내걸고 영업하는 농어촌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심심찮고, 주택경기 불황이 낳은 미분양아파트나 펜션이 불법숙박 장소로 변질되면서 곳곳에서 합법과 불법이 공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신고나 허가받은 숙박업소인지를 따지기 전에 젊은층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가족단위 여행객들은 전망좋은 곳의 펜션 등 독채에서 여유있게 머물기를 원한다는 점을 노린 얌체 상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1월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도시지역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을 허용하는 도시민박업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제주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개인이 거주중인 집의 남는 방을 연 180일 이내에서 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지금도 숙박업 과잉공급에다 신규 숙박시설이 건설중이거나 계획된 곳도 많은 제주에 내국인 도시민박업 허용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클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일단 한번 늘린 숙박업 공급이 남아돌고 있지만 조정은 쉽지 않은 지금, 도시민박업까지 가세한다면 시장은 대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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