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등 미리 준비… 지속가능한 노인 일자리 중요
고령사회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통계 수치조차도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년부양비가 대표적으로 이 통계는 15세에서부터 65세까지로 대변되는 생산가능인구가 고령 인구를 어느 정도 부양해야 하는 지, 즉 고령화로 인해 우리사회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얼만큼인 지를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고령 인구를 '생산 불가능 인구'로 치부할 순 없다. 통계청이 55세에서부터 79세 사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지' 의향을 물은 결과 '그렇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4.1%를 차지했고 또 도내 65세 이상 인구 8만9000명 중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4만1000명으로 조사됐다. 정년 퇴직을 오랜 노고에 대한 휴식이라고 여겼던 인식은 이제 점점 옅어지고 있다.
▶"나이 들어도 일하고 싶다"=이번 기획은 고령 사회의 '그늘'보다는 '희망'을 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년 퇴직하거나 인생 황혼기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이들을 찾아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 지, 어떤 목표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를 엿봤다.
36년간 경찰로 근무하다 2015년 정년 퇴직한 고광언(65) 사단법인 제주중독예방교육원 원장은 퇴직후 마약 범죄와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20년간 15개에 달하는 관련 자격증을 땄다. 그는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제의 2인생을 준비해 와 은퇴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는 말을 남겼다.
▶남은 인생 보람차게 보내려면…=좌보미오름에서 오름 매니저로 일하는 임시영(65)씨도 마찬가지다. 취미로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등산을 전업으로 삼고자 주말마다 서울의 산림청으로 가 교육을 받으며 '숲길 등산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임씨는 "남은 인생을 산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보내려면 나도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었다.
국적항공사에서 30년간 근무하다 2006년 정년 퇴직한 박태호(69)씨는 택시기사를 제2의 인생으로 선택했다. 외국어 전용 택시기사로 13년째 일해온 그는 이 일을 시작 하기 전 1년 간 영어공부에 매진했고, 손님에게 샌드위치와 신문을 제공하는 뉴욕의 택시처럼 특별한 택시기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다들엉 여행사 등 일자리 다양=다양한 노인 일자리 사업도 소개했다.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한 60대 14명으로 구성된 모다들엉 여행사,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어린이집·유치원 원아들을 대상으로 된 제주어 인형극을 선보이는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 1세대격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저렴한 가격과 손맛을 내세운 시니어손맛집 등이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1회성이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게 전문성과 장기성이 담보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