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학교] (4)아라중 '다독다독 도서반'

[책읽는 학교] (4)아라중 '다독다독 도서반'
"재밋거리 줬을 뿐인데~" 도서관에 푹 빠진 아이들
  • 입력 : 2019. 09.27(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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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독서교육활성화 프로젝트-책 읽는 학교' 기획을 통해 기자가 던지는 화두는 '왜 책인가'다. 본보는 '함께 읽는 제주, 다시 책이다'를 슬로건으로 총 10회에 걸쳐 도내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독서교육프로그램 사례와 책과 함께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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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퀴즈 이벤트 등 독서 흥미 자극하는 프로그램 운영
책에 대한 관심 이끌고 도서관·서점 등 진입장벽 허물어

#'책과의 특별한 동행' 나선 학교와 아이들

아라중학교는 지난해부터 '다독다독, 책과의 특별한 동행'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다독다독 도서반' 동아리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때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문화체험 등 교육과정 내외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물론,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지식과 인성을 함양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윤민정 사서교사는 "여러가지 활동을 하며 독서와 도서관, 그리고 서점 등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독서와 관련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라중은 올해 독서탐방 프로그램으로 지역서점탐방, 사서 진로체험, 작가의 산책길 걷기행사와 작가와의 만남, 북아트체험, 같은 책 읽고 생각 나누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라중학교 나의 인생 책 추천하기. 사진=아라중학교 제공

지난 1학기에 진행된 지역서점탐방은 문제집 사러 서점에 간다는 학생들에게 '진짜 서점'을 알려주고자 기획됐다. 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벗어나 동네 서점 견학을 통해 다양한 도서 종류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대학교 도서관에서는 사서 진로체험도 진행할 예정이다.

북아트 체험도 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갈피 만들기, 북바인딩(책만들기) 등 여러가지 북아트 체험이 진행되는데, '어려운 책'이 아닌 '재밌는 책'으로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은 기존 강연 형식을 확장해 학생들이 직접 진행과 운영에 참여하는 '문학콘서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라중은 문학콘서트 주제도서를 읽은 사전독자감상단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반영해 콘서트 대본을 완성했다. 사전독자감상단 학생들은 추후 예정된 문학콘서트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패널로 참여해 대표 독자로서의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독립선언서 필사. 사진=아라중학교 제공

#다양한 경험 속 '책 읽는 재미' 깨우쳐

'1인 미디어 시대'라는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게임, 텔레비전 등의 유혹을 무시하고 책을 읽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 도서관의 존재 가치는 여기서 빛난다.

윤 사서교사는 "책은 수업과는 다른 의미로 배울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아이들이 보다 책에 가까워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이었다"고 했다.

변화는 있었다. 아이들의 도서관 출입이 잦아진 것이다. 한 번이라도 더 도서관에 들를 수 있도록, 책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기획한 이벤트도 큰 효과를 봤다.

윤 사서교사는 "처음에는 사탕 먹으러 왔다가 나중에는 책 읽으러 오더라고요. 자기 스스로 책을 많이 읽게 되니까 자랑도 하는데 정말 기특하다"며 미소지었다.

아라중은 도서관 책나무를 활용해 벚꽃 모양 메모지에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책과 사유를 적어 매다는 '나의 인생 책 추천 벚꽃 달기'를 비롯해 책 제목 스피드 퀴즈·가로세로 퍼즐 등 다양한 게임, 책갈피나 과월호 잡지 교환 쿠폰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독립선언서 전문을 똑같이 필사해 제출하면 사탕이나 추첨을 통해 상품을 주기도 했으며, 도서를 연체한 친구를 찾아 책을 반납시킬 경우 비타민을 증정하는 '명탐정 연체자를 찾아라' 이벤트도 진행해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서점탐방 프로그램. 사진=아라중학교 제공

#도서관 가는 길이 즐거워진 아이들

안지현 학생(1학년)은 "책 제목 찾기, 초성 퀴즈 등 도서관에 가면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는데, 친구들이 참여도 많이 하고 재미있어한다"고 전했다. 그 때문인지 부쩍 도서관으로 향하는 친구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곤 한다. 독서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도서관으로 가는 즐거움을 더해준 셈이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안양도 학교 독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대출 횟수가 더 늘었다고 했다.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낯설지만 즐거운 변화다.

김화평 학생(1학년)은 '인생책'을 만나면 언제든 '책 덕후'가 될 수 있음을 직접 경험했다. 문학콘서트 준비 과정에서 주제도서를 읽으며 관심 밖이던 책 읽기가 이제는 관심사가 됐다.

김군은 "예전엔 그림책 위주로 읽었었는데 글만 가득한 책을 읽어도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됐다"며 "이제는 책이 좋아져서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거나 대출을 해 틈틈히 읽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군은 "'나중에 책 많이 읽을 걸 후회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어렸을 적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전 지금이라도 좋아하게 됐으니 괜찮다"고 살풋 미소지었다. 오은지기자

[왜 책인가?] 윤민정 아라중 사서교사

"삶의 지혜 가득한 책, 삶의 질을 바꾼다"


책을 읽는 자와 안 읽는 자의 삶은 다르다. 책은 우리 삶의 질을 바꾼다.

책 읽기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저서 '읽다'에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타인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은 수많은 경험의 보고이고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책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경험하고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며 여러 상황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더불어 독서를 통한 상상은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게 하며, 책의 언어는 이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책 읽는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협력하여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다.

또한 현대처럼 수많은 정보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시대에서 내가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활용능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 능력은 독서에서부터 유발된다.

이렇게 책 읽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들의 독서습관 형성에 일차적으로 가정에서의 독서환경도 매우 중요하지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의 다양한 독서경험이 우리 아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책 읽는 학교가 우리 아이의 삶의 질을 바꿀 것이다.

※이 취재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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