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점 제주사회 오버투어리즘 문제 본격 대두물리적 수용력 연구 연 1990만명 넘으면 도리어 손해바르셀로나·부산 감천문화마을 등 다양한 방식 대처
전세계 유명 관광지들이 현재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객들이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몰리면서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잉 관광'이란 용어로 통용된다.
도항선이 우도에 도착하자 관광객들이 쏟아지듯 선박에서 나와 우도 관광에 나서고 있다.
제주에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6년이다. 그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정점을 찍었다. 관광객 증가로 제주지역 경제성장률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광객이 급격히 늘어 지하수 고갈, 교통혼잡, 상하수도·쓰레기 처리 문제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도 대두됐다. 주민들 사이에선 관광객이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정말로 제주는 관광객을 그만 유치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어떤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 취재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국내외 학계가 오버투어리즘 지역으로 지목한 지역들을 찾아 나섰다.
▶제주는 얼만큼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나=관광객의 과잉 정도를 가늠할 주요한 척도 중의 하나가 수용력이다. 지난해와 올해 제주관광공사는 두 차례에 걸쳐 제주가 관광객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2018년 연구에서는 제주국제공항의 활주로에는 연간 17만2000회의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고, 여객터미널은 연간 2547만명이 이용 가능해 제주 방문 편도 기준으로 했을 때 한해 1485만명이 항공 교통편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선박편을 통한 관광객 최대 수용 규모는 201만명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제주지역 교통 인프라 수준에서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치는 1686만명이라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또 당시 연구진은 교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수용 가능한 관광객 수를 도출했는데, 연간 관광객이 1990만명이 넘으면 교통체증으로 인한 혼잡비용, 폐기물 처리비용, 하수처리비용 등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 비용이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적 수익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0만명 이상 관광객을 받으면 제주가 손해라는 것이다. 이런 한계치는 2022년쯤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 이런 물리적 한계치는 사회적,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늘릴 수는 있다. 당시 연구진도 "경제적·교통인프라 측면에서 최대 수용 가능한 관광객 수가 최대 8년 이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한계치를 낮추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과 더불어 지역주민의 심리적 한계점을 고려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었다.
2018년 연구가 물리적 수용력을 따진 것이라면 올해 3월 나온 연구 결과는 도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수용력에 대한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부산감천문화마을 항공사진=부산감천문화마을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가 도민 812명, 관광객 814명, 관광업계 관계자 214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제주에 오는 관광객이 많다고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다' 쪽으로 결과가 도출됐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고 느끼는 지에 대한 질문(5점 척도 기준, 5점에 가까울 수록 많다)에서 지역주민 4.18점, 업계관계자 3.74점, 관광객 4.04점으로 답하는 등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 관광객 수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 불편을 느끼는 지를 묻는 질문(5점에 가까울수록 긍정적)에서는 지역주민 3.06점, 업계관계자 3.57점, 관광객은 3.12점으로 평가했다.
관광객이 많아 짜증이 나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지역주민 3.33점, 업계관계자 3.71점, 관광객들은 3.31점으로 평가해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데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으로 제주의 과잉 관광 수준을 따지는 연구도 있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학계와 연구계, 여행작가 등 지역 관광 전문가 35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8년 실시한 '오버투어리즘 수준 평가'에 따르면 제주도의 오버투어리즘 심각도는 보통 수준을 상회했다. 5점 척도에서 1~2점은 오버투어리즘 문제의 심각성이 경미하거나 보통 미만을, 3점은 보통 수준을, 4~5점은 심각한 편으로 분류되는데 당시 제주는 3.5점으로 평가됐다.
수많은 관광객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스 거리를 거닐며 관광을 즐기고 있다. 이상민기자
▶과잉 관광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기관 별로 과잉 관광에 대한 연구가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조사 대상과 조사·평가 방법도 다르다보니 제주가 정말로 과잉 관광에 빠졌는 지에 대해서도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손놓고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주에서도 과잉 관광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렌터카 총량제, 환경기여부담금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렌터카 총량제는 소송에 휘말려 제동이 걸렸고, 환경기여부담금은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 찬반도 팽팽하다. 반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도 있다. 우도에서는 렌터카 반입이 3년째 금지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관광대국인 스페인, 스페인에서도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바르셀로나에서는 관광세를 받고 특정 지역으로의 관광버스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부산 감천마을은 상점 운영시간 제한과 관광객 투어 도로 구분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본보는 이번 기획에서 우도, 북촌한옥마을, 부산감천마을,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현지 취재했다. 주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이들 지역이 어떻게 과잉관광에 대처하고 어떤 교훈을 얻고 있는 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이상민·김현석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