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공멸 할 것인가, 공생 할 것인가

[백금탁의 백록담] 공멸 할 것인가, 공생 할 것인가
  • 입력 : 2019. 12.23(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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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가 되면 분야별로 한해를 결산하거나 새해를 맞는 의미를 함축한 사자성어가 여럿 나온다. 제주의 상황에 빗대자면, 1차 산업은 첩첩수심(疊疊愁心)이요, 2차 산업의 현장은 암중모색(暗中摸索)이며, 제주의 정계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의 형국이다.

올해 제주지역의 1차 산업은 그야말로 첩첩수심이다. 과잉생산에, 궂은 날씨에, 소비부진까지 겹치면서 농부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도 노지감귤 처리난으로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저온현상에 처음 접하는 '가을장마' 그리고 잇따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링링'과 '타파', '미탁'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악기상으로 농작물 피해를 본 농민의 마음은 만신창이다. 마늘은 과잉생산으로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 있고 무와 당근, 양배추, 감자 등의 재배농가도 궂은 날씨로 큰 피해를 입었다.

수산업도 넙치가 역대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양식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갈치와 고등어 등의 어획량도 급감하며 어가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수출에서의 부침도 심했다. 양돈농가도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타격을 입었다. 양계농가 역시 닭고기 값이 폭락하며 어느 해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전국적인 경기침체가 소비 둔화로 직결됐다. 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 체감경기는 더욱 냉랭했다.

2차 산업의 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전국 500개 중소제조·서비스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암중모색을 주로 선택했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어려움이 예상되는 내년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계의 변화도 요구된다. 최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대립각을 세우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제주도민에게 전가되는데 있다.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선정했다.

지난 18일 김태석 도의회 의장도 제378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서로 이기려고 경쟁해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결국 자기도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공명조 이야기는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제주사회에도 많은 교훈을 준다"며 "농가, 건설노동자, 영세영업자, 청년, 서민에 대한 정책이 없다면 제주사회는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회가, 그리고 행정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은 제주가 직면한 현실을 올바르게 직시한다면 당연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실을 직시한 대목이다. 때문에 스스로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현재 이들이 쥐고 있는 제주도의 막대한 재원과 도의회가 들고 있는 의사봉은 누구의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올 한해 남은 시간 동안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경자년 새해에는 어려웠던, 그리고 갈등했던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고 고진감래의 결실이 맺기를 기원한다. 또한 모두가 새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제주도와 도의회의 제주도민 행복을 위한 진정한 대민정책의 실현을 기대한다. <백금탁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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