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포스트 코로나19’를 미리 준비할 때다

[문미숙의 백록담] ‘포스트 코로나19’를 미리 준비할 때다
  • 입력 : 2020. 03.16(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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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차량도 인적도 드문 서귀포시 원도심의 대도로변에서 어림잡아 40~50명은 됨직한 이들이 길게 줄지어선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주중에 공적마스크를 사지 못한 이들이다. 순간 주중에 간신히 공적마스크 2장을 구입한 기억이 떠오른다.

'코로나19' 블랙홀이 전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집단감염의 위험이 높은 유치원과 학교는 개학이 미뤄졌다.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적적함을 달래고, 주말이나 퇴근후 친구·지인과 차 한잔·밥 한끼를 나누던 별다를 것 없던 익숙한 '일상'도 지금은 잠시 멈춤 상태다.

제주에선 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관광객이 주요 고객이던 음식점업과 관광숙박업계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렌터카·전세버스는 가동률이 바닥을 치며 보험료라도 줄이려 번호판을 떼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식당과 편의점에선 손님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해 경영난을 호소한다. 국제항공노선 운항이 중단되며 일본으로 화훼를 수출하던 농가들은 주요 소비처를 잃었고, 개학이 미뤄지며 학교급식 납품업체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의 충격이 지역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상황에서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헌신은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서부터 유증상자나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이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선별진료소 의료진, 이를 검사하는 도보건환경연구원,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보건소와 재난관리부서 공무원들은 한 달 가까이 비상근무중이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제주공항 국제선·국내선 도착장과 항만 등에 자체 발열감지 카메라를 설치·운영중이다. 또 4명의 제주 확진자가 모두 대구와 연관되면서 대구~제주노선 이용 탑승객에게 대구공항에서 출발 전에 발열체크를, 그리고 제주에 도착 후엔 공항내 별도통로를 이용해 재차 모두 발열체크를 받도록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감염병 위기상황을 겪으며 너나 없이 공동체가 함께 극복하자는 연대의식도 단단해지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구입비 기탁에서부터 부녀회 등 여러 단체에서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는가 하면 마을방역을 책임지는 자생단체까지 감염병이란 재난 앞에서 공공과 민간의 협업이 빛나는 요즘이다.

그리고 2020년의 봄날을 집어삼킨 감염병은 앞으로 언제든 엄습할지 모를 유사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지역별 의료기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등 공공의료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절감시켜 줬다.

하지만 앞으로 감염병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언제쯤 종식될지는 예측이 어렵다. 질병관리본부는 1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일만에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불안한 일상 속 국민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캐리어를 끈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제주엔 코로나19가 안정되면 관광객들이 다시 찾을 것이다. 그 때 그들을 맞는 자세는 코로나19 이전과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관광객 급감 후의 충격을 제대로 경험했으니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위축된 제주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관광객 수용태세 등 '포스트 코로나19' 대비책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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