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김영화 글·그림 ‘노랑의 이름’

[이 책] 김영화 글·그림 ‘노랑의 이름’
“별처럼 빛나는 노랑으로 피어나렴”
  • 입력 : 2020. 07.1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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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작가의 '노랑의 이름'. 아버지의 부재 속 '예쁜 노랑'이 건네는 위로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열두 살 기억 속 아버지
노랑꽃 피던 무렵 떠나

눈물 멈추고 "난 괜찮아"

김영화 작가에겐 오래도록 이름을 불러주지도, 누구에게 말조차 꺼내지도 못했던 꽃이 있었다. 노랑원추리다. 꽃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열두 살 시절이 떠올랐다. 거기엔 아버지가 있었다. 틈이 날 때마다 오름자락에 올라 꽃을 찾아다니는 그이지만 지난 기억을 애써 가두어버렸다. 다시 꺼내면 고통스러운 나날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열두 살의 '나'와 마주한 각오를 하고 붓을 들었지만 그리다 멈추고, 다시 그리다 멈추기를 여러 번 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세 번째 여름을 맞고 나서야 비로소 마지막 글을 다듬었다. 그 끝 무렵에 흐르던 눈물도 멈췄다.

그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노랑의 이름'을 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생명의 힘을 보여준 '큰할망이 있었어'에 이은 두 번째 그림책이다.

'노랑의 이름'의 주인공은 들꽃을 좋아하는 소녀다. 어느 여름밤 저녁, 허물어진 밭담을 쌓는 아버지 곁에서 콩밭의 잡초를 뽑아야 하는 소녀는 꽃에 정신이 팔렸다. 날이 어두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는 '예쁜 노랑'을 본다. "어두운 억새 물결 속에 노란 점들이 흔들려. 뭘까? 별들이 내려앉았나? 너였구나! 꽃봉오리는 자주 봤는데 활짝 핀 건 처음이야. 이렇게 예쁜 노랑이었구나."

소녀의 아버지는 막내딸이 예쁘다고 했던 노란 꽃을 캐다가 마당에 심어 준다. 꽃은 피었지만 아버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주 먼 길을 떠났다. 아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른 채 아버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했다.

아버지는 어두운 밤길 무섬증에 떨던 막내딸의 손을 잡아주며 마음을 다독여줬다. 노란 꽃은 수없이 걸었던 깜깜한 그 길에서 '나'를 지켜봐줬다. 혼자서도 그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지금, 작가는 아버지와 노란 꽃을 이야기한다. "이젠 난 괜찮아. 어디든 날아가도 좋아. 바람처럼 길을 잃고 외로워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피어나렴. 별처럼 빛나는 환한 노랑으로." 낮은산.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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