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제주도정 ‘양치기 소년’ 돼 가고 있나

[고대로의 백록담] 제주도정 ‘양치기 소년’ 돼 가고 있나
  • 입력 : 2020. 07.27(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경제가 암울하다. 2011년부터 2017년(고성장기)까지 제주지역 연평균 지역내총생산(GRDP)성장률은 6.4%로 이 기간중 전국 GDP성장률(3.1%)은 3.3%p 상회하는 고속성장을 유지해 왔으나 2018년에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1.7%)을 기록한 후 3년연속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성장기에는 인구유입 급증에 따른 주거 수요 증가와 외국인 직접투자 관련 개발사업 추진 등으로 건설업이 제주성장을 견인했으나 2017년을 기점으로 과열된 건설투자가 조정양상을 보이면서 건설업 및 관련 전·후방산업의 성장이 위축됐다.

관광서비스업은 2017년 사드사태 이후 위축되다가 관광객이 증가(6.8%)로 전환되며 회복될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올해 발병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가이드와 전세버스기사 등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5개월 동안 실직 상태에 빠졌다. 프리랜서인 관광가이드의 경우 정부의 지원금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수고용직 및 프리랜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전지원금'을 받으려면 소득·매출 감소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폐업 또는 운영을 중단한 여행사들이 증가해 관련 증빙서류를 준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부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1회 지원은 효과가 없다며 제주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제 일자리를 잃은 프리랜서들에게 3회에 걸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프리랜서 등 고용사각지대 취약계층에 지원된 재난지원금은 2회에 그치고 있다.

제주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 제주자치도의 투자유치 성적도 초라하다.

국내 7개 경제자유구역청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국내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부산시는 지난 5월 28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웅동배후단지에 글로벌 복합물류기업인 액세스월드와 동원로엑스냉장Ⅱ, 대우로직스틱스 등 3개사와 외투 2000만불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경상북도는 지난 6월 15일 한미사이언스와 3000억원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했고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11일 미래에셋과 경도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코로나19로 촉발한 글로벌가치사슬재편에 따른 투자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투자유치를 일궈내고 있으나 제주도는 몇년동안 이렇다할 투자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도내 전문가 및 관련 업계 등과 머리를 맞대고 각종 정책들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하나 제주도는 '코로나19 안전제주, 경제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2018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산업 육성을 약속했지만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인 개발자 육성환경도 조성하지 못했다. 당시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실패한 도시인 '몰타'를 마치 세계 블록체인 모범도시로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갈수록 제주도정이 '양치기 소년'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고대로 경제산업부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8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