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광복절 발언에 이석문 "모멸감"

원희룡 지사 광복절 발언에 이석문 "모멸감"
광복절 경축식 파행 관련해 18일 기자회견
"역사 역행 발언"… 독립유공자 등에 사과
  • 입력 : 2020. 08.18(화) 14:3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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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18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일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4·3배지 뗀 이유는 "도착 직전 道에서 요청"

광복절 기념식 파행 사태와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원희룡 제주지사의 발언에 대해 "모멸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이 교육감은 18일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우를 다해 기억하고 감사를 드려야 할 광복절 기념식에서 상처와 아픔을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5일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원희룡 지사가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다"라며 "역사 앞에서 인간은 한계가 있고, 나라 잃은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 때문에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한다"고 발언, 독립유공자 유족과 광복회원 등이 강하게 항의한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이 교육감은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듣고 말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 역사를 역행하는 발언"이라며 "당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축식 직전 '4·3 동백꽃 배지'를 뗀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이 있었다.

 이 교육감은 "경축식 장소 도착 5분 전에 제주도 측에서 연락이 와 배지를 떼자는 제안을 했다"며 "고개를 갸우뚱 하는 제안이었지만, 원 지사가 선의로 하는 줄 알고 동의했다. 따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복절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제주4·3"이라며 "동백꽃 배지를 떼고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부끄러운 과오를 만든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더욱 활발히 과거와 대화할 수 있는 역사교육의 장을 만들 것"이라며 "또 광복회와 협력해 한국 근현대사 교육 컨텐츠를 학교 현장에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원희룡 지사는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강점기를 살던 선조들은) 태어나 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거기에서 일본 식민지의 신민으로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없는 인생경로를 살았던 많은 사람이 있다"며 "비록 모두가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했지만, 식민지 백성으로 살았던 것이 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 정국을 거쳐서 김일성이 우리 대한민국을 공산화하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들과 국민들이 있다"며 "그분들 중에는 일본군대에 복무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킨 그 공을 우리가 보면서 역사 앞에서 공과 과를 겸허하게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축사에서 "앞으로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저희는(제주도는) 광복절 경축식의 모든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며 파문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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