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 후반기를 시작한 원희룡 제주도정의 초반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지난 18일 고은숙 제일기획 자문위원을 제5대 제주관광공사 사장 임용후보자로 내정하며 사실상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를 비롯한 공무원 인사는 물론 유관기관의 수장들이 모두 정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8월 중순, 원 도정은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무더기 직무대리 국장을 양산하며 '승진잔치'를 벌였다.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6개월짜리 국장'이 대거 나왔다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는 승진연한이 되지 않은 '직무대리 국장'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승진자만 171명(3급 4, 4급 20, 5급 42명 등)에 이르며 그들만의 축제는 이어졌다.
앞서 원 도정은 지난 1일 제주도의회 청문회에서 편법 용역수주와 부실용역 등의 사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상협 제주연구원장과 부동산 투기와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으며 최근 사회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한 고영권 정무부지사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원 지사의 선거를 도왔다가 벌금형을 받았던 오경생 제주의료원장도 '보은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성명을 통해 "제주도정이 권력을 추종하는 측근을 위한 '직업소개소'가 아니라면 이런 식의 인사는 정말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 것이 뻔한 데도 인사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도민 정서와 여론은 안중에도 없고,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는 오만과 독선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원 도정은 지난 6월 초,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안동우 제주시장과 김태엽 서귀포시장을 임명했다. 안 시장은 직전 정무부지사였고, 김 내정자는 원 지사 비서실장과 직전 부시장을 지냈다.
안 시장이야 20년 전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김 시장의 경우는 지난 4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자는 물론 시민들에게 음주운전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는 '결함'을 갖고 있다.
당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는 성명에서 "이번 인사 내정은 청렴 공직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해 온 공직자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오만의 극치이자 도민 정서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도 "도지사의 인사권 남용이자 인사 참사"라고 성토했다.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4개월 사이에 이뤄진 원 도정의 인사 모습이다. 그러면 이러한 무리한 인사의 배경이나 뒤에 깔린 포석은 뭘까. 전자는 '보은인사'이고, 후자는 '선거 대비'다. 대선에 나서겠다는 원 지사가 결국 1%의 제주가 전국을 넘어설 수 없게 된다면 다시 3선 도지사에 도전을 위한 대비책이다. 이제는 많은 도민들의 그 노림수를 알고 있다.
승진잔치나 원하는 부서이동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들었다면, 반대로 이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결국, 역사적으로도 일방통행식 정치인의 결말은 '자멸'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에 원 지사가 도지사 3선에 도전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추석 연휴에 이에 대한 말들이 무성할 듯하다.
<백금탁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