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문예회관 공연장 출연진의 마스크 착용 방침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대상에 무관중 공연자들도 포함된다는 게 공연장 측의 설명이었다. 공연단체의 반발에 제주도가 서울시 등 다른 시·도 사례를 참고해 '예술가 등이 공연장에서 영상 촬영을 하거나 공연 등에 출연하는 경우' 등을 예외 조항으로 두고 추가 공문을 발송하면서 일단락됐다.
관객이 입장한 공연이더라도 무대 위 예술인들에게 코로나 시국이란 이유로 무조건 마스크를 쓰라는 건 앞뒤를 살피지 못한 일처리다. 그럼에도 일부 단체는 시설 대관처인 문예회관의 요구에 따라 실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온라인 공연을 녹화했다. 그들에겐 마스크를 쓰고라도 예정된 공연을 마쳐야 하는 현실이 더 시급했으리라.
예술인들에게 활동 무대가 없어진다는 건 공연을 잠시 멈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출연자, 스태프 등 비용의 많고 적음을 떠나 다음을 기약하고 예술가로 삶을 꾸려갈 동력을 잃게 된다. 공연의 부재는 관객들에게도 손해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코로나 시대 제주의 공립예술단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떠올렸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예술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여건 속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립예술단은 현재 운영 주체에 따라 제주도립무용단, 제주도립제주예술단(제주교향악단, 제주합창단), 제주도립서귀포예술단(서귀포관악단, 서귀포합창단)으로 나눠 음악, 무용 분야 5개 예술단이 활동하고 있다. 1985년 창단된 제주합창단에서 1998년 출범한 서귀포관악단까지 짧게는 22년, 길게는 35년의 역사를 지녔다.
예상하듯 코로나 사태로 도립예술단의 활동은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작년에 총 70회 공연했던 제주예술단은 9월말까지 13회에 그쳤다. 지난해 68회에 걸쳐 청중과 만났던 서귀포예술단은 지금껏 14회 공연했다. 무용단은 작년 32회의 공연을 가졌지만 올해는 5회에 머물렀다. 그나마 코로나 발발 이전에 찾아가는 공연을 두 차례 실시한 결과다.
너나없이 비대면과 거리두기를 말하는 시절에 줄어든 공연 횟수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제주도의 문화예산 삭감이 예술단까지 미치고 공연장이 문을 닫는데 어디가서 공연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발코니 콘서트' 등 소규모 프로그램을 기획해 시민들을 찾아가거나 온라인 공연을 활발하게 모색하는 다른 지역 공립예술단들이 있다. 예술계가 움츠러드는 때에 도립예술단이 제주도민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묻고 싶은 거다.
이 시기에 제주지역 예술단들이 발빠르게 한 일은 근무시간 변경이었다. 집합 연습에 따른 감염 우려가 있다며 제주예술단은 3월 2일부터 5월 24일까지, 무용단은 3월 11일부터 5월 29일까지 오전 근무를 시행했다.
2020년 본예산 기준 5개 예술단에 투입된 비용은 149억4500만원이다. 지난 8월 '제주특별자치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 통과로 예술단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면 내년 예산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