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청정제주의 대표적 자랑거리는 맑은 물과 공기다. 그러나 제주가 최근 서귀포지역의 '수돗물 유충 사태'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외부 유입도 있으나 관광객과 인구 증가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도 심각하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지난달 19~20일 서귀포시 서귀동과 보목동 가정집 수돗물에서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되며 시작됐다. 벌써 2주가 흘렀지만 주민 불편과 함께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동안 '삼다수'라고 자랑하며 마음껏 마셨던 수돗물은 불신으로 돌아섰다.
11월부터 '깔따구 유충' 발생의 주요 원인을 제공한 강정정수장에 대한 일시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대체공급으로 물공급 체계를 바꿨지만 한번 무너진 상수도 행정에 대한 불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10월 31일 기준, 유충관련 민원은 100건(수돗물 유입 69, 미발견 23, 조사중 8)이다. 서귀포시 동지역 전역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제주도가 송산·정방·중앙·천지·효돈·동홍·대륜·대천·중문동 등 동지역 주민센터 9곳을 통해 지금까지 삼다수 550t을 지원했다.
이번 사태로 제주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1강정' 물의 청정 이미지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여기에는 태풍·집중호우 등의 자연적 요소도 있겠지만 문제는 물관리 소홀에 기인한다. 강정정수장의 여과지(池)의 일부 함몰되며 기능을 상실했고, 이물질 등을 거르는 역할을 하는 모래인 여과사 교체도 10년을 넘는 등 사실상 시설 관리·운영 상태가 엉망이다.
때문에 서귀포시 동지역 전역으로 유충이 섞인 수돗물이 공급됐고, 앞으로 결과를 보면 알겠지만 이번 사태는 인재에 의한 비중이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철저한 재발 방지책 및 비상시 대체공급 매뉴얼 마련, 시설관리 개설, 전문인력 배치 등이 시급하다.
물뿐만 아니라 공기도 문제다. 최근 5년간(2015~19) 제주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보다 2배 정도 높아 '위험 수위'다. 최근 도가 내놓은 '제주도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를 위한 세부시행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의 도내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38㎍/㎥와 21㎍/㎥로 WHO의 권고기준인 20㎍/㎥ 및 10㎍/㎥에 견줘 각각 2배에 달한다.
청정제주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이번 사태로 제주 물의 이미지는 도민이나 관광객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더욱이 제주가 상수도 누수율(2018년 43.3%) 최고라는 점까지 상기시키면서 전반적인 물관리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의 경우도 중국이나 타지역에서 유입되는 것도 있겠지만 도내에서 공사장이나 도로 등에서 배출되는 비산먼지를 어떻게 저감시켜야 하는지를 도당국이나 지역사회는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제주의 미래 산업은 무엇인지를 물을 때 그 방점은 '그린 뉴딜'에 찍힌다. 이는 전국에서 비교경쟁우위에 있는 청정제주의 이미지와 직결되며, 행정당국은 물론 제주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담보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백금탁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