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논란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홍 부총리는 당초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대주주 기준은 현행처럼 10억원으로유지됐다"며 "2개월 동안 갑론을박한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현행대로 가는 것에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그동안 혼선을 야기해 죄송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즉각 반려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에서 "홍 부총리는 오늘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 국면이라는 점, 555조8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과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실었다. 위기 상황에서 경제수장을 교체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앞으로도 잘해 달라"며 힘을 실은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코로나 국면에서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지 않으냐"며 "그런측면에서 대통령은 기재부, 재정당국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재신임은 개각 구상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예산국회가 끝나는 연말에 개각이 단행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홍 부총리도 이날 기재위에서 "사의를 표명했지만, 예산 주무장관으로서 최대한예산 심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