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건강&생활] 얼굴은 살아온 세월의 총합이다

[정연우의 건강&생활] 얼굴은 살아온 세월의 총합이다
  • 입력 : 2020. 11.18(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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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별로 관상이라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굴을 수술하는 의사로 오래 지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관상을 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관이 넓으면 재물복이 있고 한쪽 눈만 쌍꺼풀이 있으면 바람기가 있고 하는 그런 관상은 볼 줄 모르지만, 오랜 시간 자세히 타인의 얼굴을 관찰하다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길이나 성격이 대략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중년의 어머님이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피부는 검붉고, 온 얼굴이 색소와 잡티로 뒤덮여 있었다. 표정이 없는 중립상태에서도 주름은 깊고 강렬했다. 웃거나 말을 할 때는 한층 더 깊어진다. 아마 밭에서 일 하시거나 야외에서 장시간 일을 하며 본인을 위해 뭔가를 해보신 적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아오셨을 확률이 크다. 병원에 오신 계기도 자식이 장가를 가는데 흉해 보일까 봐 걱정해서 오셨으리라. 대부분의 어르신은 타인을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성형외과를 방문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필자도 마음이 약해져 수술할 때 보톡스라도 서비스로 놔드리게 된다.

피부는 탄 곳 없이 하얗고 좋은데 탄력이 없어 흐물흐물하고 세상 말씀하시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님. "어머님 사우나 좋아 하시죠?" 라고 물어보면 거의 열에 여덟은 연간회원권을 끊고 다니시는 중이란다.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와 피부 장벽이 무너진 분을 보면 '레이저를 너무하셨군', 필러가 얼굴에 잔뜩 들어있는데도 또 넣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분을 보면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시군', 가끔은 돋보기로 봐도 잘 보이지도 않는 점 같은 것 때문에 우울증이 왔다며 30분 씩 하소연하시는 환자분은 '편집증적인 성격이 있으시군' 등 얼굴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어린 학생들의 과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아직 얼굴로 어떤 특징이 나타나기에는 삶이 짧기도 했고, 다양한 가능성과 역동성이 혼재되어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얼굴에 강력한 특징이 나타나기 보다는 유동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불안정한 특성을 어린 친구들은 많이 보이게 된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성형외과 의사가 무서워서인 탓일 수도 있겠다.

상담을 한 뒤에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월이 지나간 흔적을 좀 지워 얼굴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리라. 무거운 윗 눈꺼풀을 가볍게 하고, 늘어져 있는 아랫 눈꺼풀에는 지방을 올리고, 깊은 주름을 펴서 그래도 ‘또래에 비해서는 내가 좀 어려보여’ 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남은 인생 힘차게 살아가는 걸 도와 드리는 게 성형외과 의사의 도리이고 보람이 아닌가 한다.

내가 살아온 세월은 얼굴에 슬쩍 흔적을 남긴다. 너무 많은 흔적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부지런히 관리해야 한다. 하루 3번 양치하듯이 클린징을 깨끗이 하고,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크림을 바르고, 피부의 생기를 위해 보습제를 발라주자. 운동하고 균형잡힌 영양식을 먹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피부에도 당연 좋다. 이처럼 노화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부터 차근차근 교정하고 꾸준한 관리를 통해 노화 속도부터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양치를 열심히 안 하면 치과에 가게 되는 것처럼 얼굴도 열심히 관리 안 하게 되면 당연히 세월의 흔적을 잔뜩 안고 결국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정연우 슬로우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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