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숙의 한라시론] ‘여성과 아동이 살고 싶은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민무숙의 한라시론] ‘여성과 아동이 살고 싶은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 입력 : 2020. 12.24(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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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예능프로 중 하나가 구매자의 욕구와 가격에 적정한 집을 찾아 소개해주는 프로이다. 40주 이상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아름다우면서도 편안한 주거공간에 대한 기대를 가늠할 수 있다. 향후 10년간 어떤 집에 도민들을 살게 할지 그 설계가 한창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준비 중인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22~2031)이 그것이다.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한 제주도의 최상위 법정계획으로, 연구기간만 13개월이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내년 5월이면 향후 10년간 나아갈 방향과 과제들이 정해질 것이다. 한 가족이 살 집을 짓는 일은 힘들지만 설레는 과정이다. 제주도와 도민은 향후 10년 간 우리가 살 집은 어떤 곳이 될지, 어떤 주춧돌을 어떤 모양으로 놓을지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과 결과로 설렘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종합계획의 법령상의 목적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있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는 보다 나은 도민의 삶, 보다 매력적인 제주를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제주의 정체성을 포괄하는 충분조건일 수 없다. 외형적으로 그럴듯해 집 구경 오는 사람은 늘지만 정작 가족구성원들이 불편하다면 행복한 가족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차 종합계획에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정책 강화’ 과제가 포함된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안전하고 함께 혁신하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하는 '여성친화적 성평등 평화도시', '아동이 행복한 아동친화도시'의 비전과 가치, 과제들이 담기는 것을 지지한다.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야말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지향하는 공존의 가치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제주도 전체는 인구소멸주의지역으로 접어들었으며, 읍면동 증 37%는 인구소멸위험지역이 됐다. 인구소멸위험지역이란 고령 인구 대비 2030 여성들이 더 이상 모이지 않는 곳을 말한다. 지방인구 소멸문제를 처음 공론화했던 마스다 히로야는 2030 여성이 머무는 지역, 그것이 그 지역의 강력한 웰빙 지표라고 했다. 2030 여성들은 일이 있고, 안전하며, 일·생활·양육의 병행이 가능하고, 수평적 커뮤니티가 활발한 지역을 원한다. 이런 지역은 필연적으로 남성/여성, 일/가정, 공적/사적 영역의 우열이 없는 모두가 공존하는 곳이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당연시됐던 일상과 돌봄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했으며, 근로방식의 전면 재구조화와 상생의 공동체 구축이 필연적임을 깨닫게 했다. 여성친화도시는 이런 혁신적 지역공동체를 지향하고, 아동친화도시는 소홀히 됐던 아동의 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를 지향한다. 이러한 도시야말로 2030 여성들이 머무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이며 제주도민이 바라는 미래가 아닐까?

제3차 계획이 수립되기까지 약 5개월이 남아 있다. 팬데믹 시대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제도시로서의 진정한 품격을 갖추기 위해 제주는 어떠한 주춧돌과 기둥들을 세울 것인가?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에 대한 더욱 활발한 공론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민무숙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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