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ED 지상전] (1)김현숙의 ‘화란춘성’

[갤러리ED 지상전] (1)김현숙의 ‘화란춘성’
침묵하는 봄 딛고 꽃피는 계절을
  • 입력 : 2020. 12.28(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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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이디(ED) 지상전을 마련했다.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로 꽃피고 하얀 눈 소복이 내리는 화면을 통해 새로운 나날을 꿈꿔보자.



한지와 먹이 바탕이 된 꽃이 찬 계절에 피어났다. 초록 화면을 배경으로 하이얀 꽃잎을 틔웠다. 제주 김현숙 작가의 '화란춘성(花爛春城)-침묵하는 봄' 연작이다.

한창때의 봄날을 그려낸 '화란춘성'은 역설적이게도 감염병이 휩쓴 이 시국에 그려졌다. 작가는 '비대면'이라는 고독의 시간에 붓을 들었고 그 꽃들은 더 싱그런 생명력을 뿜어냈다. 2020년, 꽃피어도 꽃피는 봄이 아닌 세상에서 작가는 안간힘으로 봄을 불러왔다.

파도처럼 물결 치는 꽃잎들은 감귤꽃에서 영감을 받았다. 봄날이면 진한 향기를 흩뿌리는 감귤꽃의 진가는 제주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모른다. 육지 사람들이 보는 건 대개 나뭇가지 끝에 여문 주황색 감귤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꽃들 사이로 시멘트 바른 돌집 형태의 감귤창고나 귤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화르르 몰려오는 감귤꽃 내음 너머에 그 봄을 일구는 누군가의 땀이 있다.

그의 작업은 2합이나 3합의 장지 배면(背面)을 이용해 이뤄진다. 앞면의 붓질이 더러 배이고 더러 숨으며 화면 위 하늘도 되고 땅도 된다.

갤러리 이디엔 40호 크기 작품 등 3점이 나왔다. 2020년 신작들이다. '침묵하는 봄'이 우리에게 조용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 작가는 제주대와 성신여대대학원을 졸업했다. 1993년 이래 지금까지 15회 개인전을 가졌다. 제주도립미술관장을 지냈고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화여성작가회, 창작공동체 우리, 한국화동질성회 회원 등으로 있다.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광화문아트포럼 선정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현재 서울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다. 갤러리 연락처 75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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