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한라칼럼]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이윤형의 한라칼럼]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 입력 : 2020. 12.29(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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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적막한 연말이 있었나 싶다. 시끌벅적해야 할 거리는 텅 비었고, 송년회도, 모임도 할 수 없다. 소소한 여행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인간의 속성은 끊임없이 옮겨 다니고(호모비아토르·homo viator),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지리적 동물(호모지오그래피스·Homo Geographicus)이다.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본성을 지녔다. 지금 시행중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반증한다. 인간이 이러한 욕망을 억누르고, 일상을 빼앗긴 채 지낸 일 년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세기적 역병 앞에 세상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은 거침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매일 50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1억 명 돌파가 머지않았다. 하루 8500명대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누적 사망자도 170만 명에 이른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하루 확진 1000명을 넘기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청정지역이라고 했던 제주도에서도 이달에만 3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어느새 의료체계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웃이, 지인이 코로나19 확진판정 소식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저만치 있던 역병이 스멀스멀 내 곁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언제 나와 가족과 이웃을 급습할지 모른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갈지라도 내일이 두렵다. 가수 나훈아가 '테스형'에서 노래한 것처럼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또 내일이 두렵다'. 그럼에도 이 엄중한 시국에 도지사는 여전히 중앙정치 이슈가 관심이다. 혹시라도 잊혀질까 변방에서의 존재감을 알리기에 분주하다. 웃픈 현실이다.

새로운 십 년대(decades)의 첫해는 이렇게 암울하게 저물어간다. 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로.

이달 5일 미국 타임지는 새로운 표지를 공개했다. '역대 최악의 해'라는 문구와 함께 2020이라는 숫자에 붉은색으로 X 표시가 된 표지다. 그러면서 "2020년도 역사적인 한 해의 결말을 맞이하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확산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신이 나온다하더라도 당분간 힘든 시간은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쉽게 사라지지도 않지만 또 다른 전염병이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

새해는 코로나가 바꿔놓은 일상과 새로운 흐름에 대처하는 일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전염병에 취약한 사회체계의 판을 보다 정교히 가다듬고 새로운 흐름에도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제주도의 청정환경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는 더없는 기회요인이다. 동시에 위협요인도 있다. 코로나로 인한 여행, 관광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다. 관광은 제주도의 생명산업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회요인을 살리고 위협요인에 적극 대처하는 일이 새해 제주도정에 주어진 과제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안일한 인식으로는 새로운 흐름에 대처할 수 없다.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새해는 그 여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높다.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될 것이다. 함께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이윤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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