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찬미의 한라칼럼] 2021, 비긴 어게인!

[고찬미의 한라칼럼] 2021, 비긴 어게인!
  • 입력 : 2021. 01.05(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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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의 방송 ‘싱어게인’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다시’ 노래하기를 통해 무명 가수들의 숨겨졌던 기량과 그 이름이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일종의 변종 오디션이다. 으레 그렇듯 심사자가 나오지만 누가 누구를 평가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한 실력자들의 무대에 모두가 압도당한다. 이런 인재들을 이제라도 만나게 된 감동과 기쁨도 크지만 동시에 이들을 무대 뒤에서 기다리게만 했던 주류 매체의 편협한 안목을 원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많은 이들을 실패자로 단정해 재차 기회를 주는 데 인색한 게 이뿐일까. 다른 수많은 분야에서도 우리가 제대로 못 보고 놓친 능력자들과 노력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제한하면 할수록 우리 모두의 미래도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되는데도….

오늘날 입시와 취업은 소위 '한방'으로 결정되고 그 방식이 가히 '공정'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동일 조건에서 단일한 평가를 받으며, 그 결과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경쟁방식이 우리 사회 보편적 룰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극한 취업 경쟁에 시달리며 그 누구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층이 고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에 분노를 터트린 건 왜일까. 정규직이 되기 위해 무한 질주하는 단 하나의 트랙 외에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것은 절대적 게임룰인 '공정' 자체가 무너지는 거라고 그들은 외치고 있다. 물론, 정규직 수치를 단순 조정하려는 거칠고 조급한 정책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그러나 평가 기회는 무조건 한 번의 시험 성적이어야 하고 이로써 한 사람의 능력과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한 맹신이 더 큰 이유였다. 안타깝게도 그 최대 피해자인 젊은 세대들이 이 능력주의 결과를 '공정'이라고 믿고 있었다.

상대적 등수를 결정하기 위해 비좁은 트랙 위에서만 진행돼야 하는 '공정한 게임' 그 작은 판에 짜 맞춰 우리 인생의 소중한 기회들과 수많은 가능성을 굳이 줄여야만 할까. 기회란 똑같이 평등하게가 아니라 각 사람에게 맞도록 다양하게 주어질 때 비로소 공정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본다. 즉, 온전한 평가를 위해서는 한 줄 세우기(효율적이나 가장 게으른 방법)를 엄정하게만 답습할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바라보고 여러 차례 기회도 주며 좀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사회로 변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의 평등을 공정인 양 착각하며 능력주의 사회를 자신도 모르게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마저 스스로 차단해버리는 비극을 멈출 수 있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서 이 능력주의 신화가 마침 깨지기 시작했다. 뉴 노멀 세상에서 능력이 있을 거라 믿어졌던 엘리트와 사회지배층은 더 우왕좌왕했을 뿐, 위기 속에서 좀처럼 해결 능력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사회가 서바이벌 경쟁을 멈추고 좀 더 다양한 인재들을 등용할 기회와 문이 많이 열려 있었더라면!' 이 상상이 탄식과 후회로만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 우리 사회에 이타주의로의 전환과 함께 연대의식의 정착화가 필요하다. 지나간 시간과 과거의 평가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잠재된 가능성을 더 펼칠 기회를 우리 모두에게 선물하자. 더군다나 때마침 다시 시작할 용기와 희망을 북돋게 하는 새해 2021년이 밝았다. <고찬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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