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위한 제언의 넷째는, 소멸해가는 제주어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10년전 제주어를 매우 심각하게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로 규정한 바 있다. 제주어는 우리 조상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제주문화의 결정체이자 제주인의 얼이다. 일제가 왜 그토록 우리 말과 글을 말살시키려고 했겠는가? 제주어가 소멸되는 날 제주인의 혼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인도 뭄바이 시민은 지역어인 마라티어와 연방 정부의 공식어인 힌디어, 그리고 전국 모임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 사실상의 공용어인 영어를 배운다. 즉, 3개어를 배우는데, 마라티어와 힌디어는 그 알파벳이 완전히 다르다. 연방 정부가 힌디어 확산을 강제할수록 뭄바이에서는 마라티어에 대한 교육 강화로 이에 맞대응하는 것을 보곤 했다.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소중히 아껴야 하며, 또 일상생활에서 늘상 사용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도민 전체가 노력해야만 제주어가 소생할 것이다. 제주어는 보전의 대상을 넘어 상용화되고, 궁극적으로는 도에서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가히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음은, 국제자유도시를 국제도시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국제자유도시가 우리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제주도의 여건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제주도는 섬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 등과는 달리, 땅길이 끊겨있고, 바닷길과 하늘길도 자연재해로 종종 막힌다. 또한, 배후 도시나 지역도 없고, 제조업도 거의 없다. 무사증 제도로 그나마 사람들은 자유로이 오가고 있으나, 상품과 자본의 이동은 어떤가? 이것들은 그간 거의 발전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처럼, 국제자유도시는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 대신, 제주가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국제도시를 추진해야 한다. 관광, 자연환경, 문화, 교육, 회의가 그러한 분야이다. 예를 들면, 국제환경도시처럼 말이다. 제주도가 잘 할 수 있는 이들 5개 분야를 집중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또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여섯째, 수자원의 공유화이다. 도내 한 지역에서의 수질오염은 도 전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이어지고, 결국은 여타 지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은 제주도의 생명이고, 제주도는 운명공동체이다. 이처럼 상호 의존성이 매우 강한 제주에서는 모든 물은 공유재로 인식돼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법령으로 제도화되고, 정책으로 구체화돼 집행돼야 할 것이다.
일곱 번째, 제주도의 상징이자 지향점은 역시 아름다운 청정 제주 C.l.e.a.n Jeju이다. 여기서 C는 culture(문화)와 conference(회의), l은 leisure(관광), e는 education(교육)과 environment(환경), a는 autonomy(자치), n은 nature(자연)를 뜻한다. 이는 국제도시가 지향하는 위 5개 분야 및 특별자치도와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고자 철자들 사이에 점들을 넣은 것이다.
현 브랜드인 Only Jeju는 제주의 특징이나 현실, 미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김성은 제주도국제관계대사.전 뭄바이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