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단의 선구자’ 재조명 미술사 정립 첫발

‘제주 화단의 선구자’ 재조명 미술사 정립 첫발
제주도립미술관 새해 첫 기획전 '작고작가-김인지'
  • 입력 : 2021. 02.07(일) 19:35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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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활동을 하는 심석의 모습. 현재까지 파악된 자료 중 작업 모습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사진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구술채록 생애 등 정리
제주미술협회 초대 회장
선전 입선 '애' 등 13점
작품 추가 발굴 과제로

그는 서귀포 남성마을 절벽을 그린 '애(崖)'로 1935년 제14회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입선한다. 1936년 15회 선전에서는 '서귀항', 1938년 제17회 선전에선 '해녀'가 각각 입선에 뽑혔다.

선전을 통해 이른바 중앙 화단에 제주 미술을 처음 소개하고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는 '제주 최초의 서양화가'로 불린다. 지금의 서귀포시 예래동 출신인 심석(心石) 김인지(1907~1967) 선생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새해 첫 기획전으로 김인지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살폈다. 지역미술사 정립 사업으로 이달 9일부터 5월 2일까지 기획전시실2에서 펼쳐지는 '제주 작고작가-김인지'전이다. 그동안 세종미술관 '도내 작가 유작전'(1991), 부산시립미술관 '격동기의 예술혼'(1999), 한국미술협회제주도지회의 '바람의 노래, 다시 피는 화혼'(2008), 도립미술관 개관 기념전 '제주미술의 어제와 오늘'(2009) 등을 통해 심석의 작품 일부가 공개된 일은 있으나 그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인지의 '바다풍경'(캔버스에 유채, 1950년대).제주도립미술관 제공

도립미술관은 이 전시를 위해 구술채록, 1950년대 신문 자료 조사 등을 통해 '김인지의 생애'를 정리했다. 미술관 측은 '제주 화단의 선구자'로 심석을 평가하며 그에 대한 재조명은 "제주미술사 정립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고동하 학예연구사)이라고 했다.

제주공립농업학교(제주농고)와 전남공립사범학교(현 광주교대)를 졸업한 심석은 1934년 “선진적인 미술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동경고등사범학교 부속 동광회도화강습회의 도화강습과를 수료한 그는 그곳에서 소묘, 유채화, 나체 등을 연구했고 이는 선전에서 잇따라 입상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제주농고 미술 교사, 제주 문교국 학무과장, 북제주군 교육감, KBS제주방송총국장, 제주시장 등 교육, 행정, 언론계를 두루 거친 심석은 1955년 창립한 제주미술협회 초대 회장을 맡는 등 제주 현대 화단의 기반을 다졌다. 1960년 제주미술협회가 재결속되던 때에도 회장으로 재추대됐다. 이 과정에서 심석은 제주미술협회전, 전도미술학생전 등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활동을 이끌었다. 제주미술 발전에 대한 심석의 뜻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유족 측에서 제주대 미술학과에 성금을 기탁해 '제대미전' 우수 출품자에게 '심석장학금'을 수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인지의 '애(崖)'(캔버스에 유채, 1935).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김인지의 제목 미상 작품(캔버스에 유채, 1953).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이번 도립미술관 전시장에는 선전 입선작인 '애', 공공수장고를 통해 복원한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 등 원화 13점이 나온다. 심석의 삶이 기록되어 있는 사진, 고인을 추억하는 제자와 가족의 증언, '화가 김인지'를 바라보는 평론가의 인터뷰 영상도 준비됐다.

반면 이 전시는 향후 제주 미술사 연구의 과제도 제시하고 있다. 1948년 개인전 당시 출품했던 30점 중에서 현재 소재지가 확인된 것은 13점(도립미술관 소장 6점)에 불과하다. 선전 입선작인 '서귀항', '해녀'를 포함 나머지는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의 710-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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