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앞으로 수년 안에 천만 이상의 인류를 죽이는 것은 전쟁이 아닌 바이러스일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강대국들이 군사 등 전통 안보에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하는 반면 전염병과 같은 비전통 안보에는 무관심한 행태를 지적했다.
실례로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위험성을 폄훼할 당시 미국 메릴랜드주 래리 호건 주지사는 한국산 코로나 진단키트 50만 회 분량을 공수하는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렸다. 몸집이 비대한 대국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지방정부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민첩히 움직인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팬데믹 이후 세대를 위해 글로벌 연대를 공고히 할 것을 촉구했는데, 강대국들과 국제 레짐의 실패 가운데 이를 실천할 주체로 지방 정부들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간 지방정부의 공공외교는 국가 외교의 보충적 대안으로만 인식해 왔었다. 하지만 국가 단위의 협력이 한계에 직면한 현재, 그 가치는 재평가되고 있다. 이는 지방행정의 정체성이 소시민들의 삶, 미시적 문제의 해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소시민들의 생명을 지킨 드라이브스루 등 효과적인 정책들이 지방정부의 작품임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지난해 제주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교류 도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해 재난 극복을 위한 연대의 첫발을 내디뎠다. 또 교류 휴면기에 접어든 도시들(마데이라 등)과도 결연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연을 통해 제주는 기후변화 대응 등 포괄적 인간 안보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인류는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폭풍은 지나가고 우리 대부분은 생존하겠지만 다음 세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우리는 시대의 요구에 바르게 반응해야 한다. 이는 도정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김동석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