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개인 중심의 생활과 공간 소비가 확산되고 사회적 접촉의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공간소비는 다양화, 세분화, 복잡화돼 공간계획의 방법과 주체의 참여가 더욱 중요한 시대로 변해 가고 있다.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굳이 코로나19라는 전염병 때문이라기 보다는 코로나19 확산이 공간소비의 변화를 조금 더 일찍 앞당겼을 뿐이지만 최근 공공건축을 중심으로 공간의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려는 다양한 실험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험적 사업의 하나가 교육부의 ‘교육공간혁신사업’이다. 학교건축은 교육방식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교육방식이 다양하게 변화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건축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학교공간의 절대적인 소비자인 학생들의 신체적 발달과 의식, 요구의 변화를 수용하는 의사결정과정이 없었던 탓에 학교공간의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공간혁신사업’의 목적과 취지는 첫째, 수요자인 학생과 교사들의 생활공간인 학교에서의 공간적 문제를 찾아내 제안하고 이를 교육시설의 공급과정(설계→시공)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데 있다. 둘째, 의미있는 교육공간을 새롭게 창출하고자 하는 측면, 학생과 교사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교의 공간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교육과정에 반영함으로써 건축공간의 이해를 높이는 교육적 효과를 갖고자 하는데 있다. 국토교통부의 ‘공간환경전략계획’도 목적과 취지는 공간계획에 민간전문가의 참여와 공간디자인의 혁신에 두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2007년 ‘건축기본법’ 제정으로 공공건축의 통합관리·기획 전문성을 확보하고 개발 사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디자인 체계를 개선하는 통합관리계획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인 ‘도시재생사업’이나 제주도청에서 시행하고 ‘공공건축가제도’도 공급자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지역주민 중심의 도시계획, 물리적 기능개선에서 인문적 가치 향상에 핵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 맥락은 같다.
우리사회가 크게 변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요구도 크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공간을 구상하는 초기단계에서 공간소비자 참여는 여전히 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도 현실이지만 참여의 기회와 방법의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행정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는 다양한 공공공간의 구상단계에서 담당부서와 담당자의 기획능력을 끌어 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정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관행과 경험에 의존해 추진하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공간소비의 다양화, 세분화, 복잡화에 대응하기 위해 담당부서 사업의 공간디자인과 발주방식의 혁신, 그리고 행정담당자의 기획능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와 교육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기지 못했던 사회변화 속에 공공공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고, 행정의 기획능력 필요성도 더욱 높아졌다. 기획력은 미래를 준비하는 첫 단계이기 때문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