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 범죄에도 '형량 감경'… 심신미약이 뭐길래?

참혹 범죄에도 '형량 감경'… 심신미약이 뭐길래?
묻지마 폭행한 40대, 형량 절반 이상 감경
감정에서 심신미약 인정… 치료감호 처분
3년간 11건… 법원 "정확 판정 위해 노력"
  • 입력 : 2021. 04.18(일) 11:1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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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묻지마 폭행으로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40대가 피해 보상은커녕 가해자 처벌도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가해자가 정신병으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형량이 감경되고,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소에 가면서다.

 4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6월 19일 오후 11시10분쯤 제주시의 한 호텔 앞에서 지인과 얘기를 나누던 중 느닷없이 얼굴에 주먹을 강타 당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김모(41)씨가 길을 지나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주먹을 날린 것이다. 이후에도 계속된 김씨의 폭행으로 A씨는 경막위출혈, 대뇌 타박상, 폐쇄성 안와 골절, 폐쇄성 머리·얼굴뼈 골절, 전두골동 골절, 폐쇄성 코뼈골절 등의 참혹한 상해를 입었다.

 경찰에 검거된 김씨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예상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피해자인 A씨가 중상을 입었을뿐더러 치료비 등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음에도 지난달 3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치료감호'를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 받은 이유는 '심신미약'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에게는 형을 감경한다.

 실제 김씨의 정신감정에서는 범행 당시 조현병 등의 장애를 가진 상태였고, 재범 방지를 위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A씨의 처단형 범위는 최대 징역 5년 3월이었지만, 심신미약이 인정되면서 최대 징역 2년 6월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나마 재판부에서 양형기준을 초과한 형을 선고한 것이다.

 

2016년 연합뉴스가 보도한 공주 치료감호소 모습. 연합뉴스

제주에서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충남 공주 소재 '치료감호소'로 호송, 2~3주간 관찰을 받아야 한다. 이 곳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장애, 마약류·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등이 있었는지를 판명, 재판부에 정신감정 결과를 제출한다.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제주에서 2019년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하며 20대 여교사를 살해한 김모(46)씨가 법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정상'으로 판정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제주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치료감호소 정신감정 절차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내 다른 병원을 통해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치료감호소를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법에서 치료감호 처분을 내린 사건은 2018년 2건, 2019년 6건, 지난해 3건(잠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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