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제주를 바꾸다] (12)구상나무, 상괭이 그리고 인류세

[작은 변화 제주를 바꾸다] (12)구상나무, 상괭이 그리고 인류세
“인간의 시대에 사라져가는 동·식물 위해 할 일은?”
  • 입력 : 2021. 05.04(화)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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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 고정군 세계유산본부 생물권지질공원 연구과장,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

46%는 고사목… 기후 변화에 직격맞은 구상나무
어망으로 숨 못 쉬고, 풍력발전에 살 곳 잃은 상괭이
현존하는 생물 다양성 위해 인위적 관리·간섭 필요



기후위기로 인해 산과 바다가 시름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고 한국에만 자생하는 구상나무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고, 해양보호생물종이면서 대개 서해안에서 서식하는 상괭이들이 최근 제주지역에서 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은 공동기획의 일환으로 '구상나무, 상괭이 그리고 인류세'를 주제로 지난달 27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는 고정군 세계유산본부 생물권지질공원 연구과장,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가 참석했으며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이 진행했다.



▶송창우(사회자·이하 송)=원래 지구 환경은 자연적인 요인으로 서서히 변해왔지만, 인간에 의해서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소위 인간의 시대, 인류세라고 하고 있다. 오늘 주제인 구상나무와 상괭이 또한 인간 때문에 멸종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기 때문에 제목에 인류세라는 단어를 넣었다. 구상나무와 상괭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고정군(이하 고)=구상나무는 2000년대 이후부터 생장이 굉장히 쇠퇴되면서 분포면적이나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상당히 취약해서 많은 관심을 갖는 대상종이다. 2015년 기준에 구상나무 분포면적을 조사해본 결과 626㏊로 조사가 됐는데, 면적은 10년 전에 비해서 15% 이상 감소된 면적이고, 정량적으로 얘기하면 112㏊가 급감한 상황이다.

아울러 지금 현재 남아 있는 구상나무 숲도 내부를 보게 되면 죽어있는 나무, 즉 고사목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 조사 결과 약 46%까지, 즉 두 그루 중에 한 그루 정도는 구상나무가 죽어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구상나무가 유지되려면 새로운 어린 나무들이 계속 발생돼야 하는데, 2000년대 이후에 어린 나무의 발생이 굉장히 적어졌다. 앞으로의 구상나무의 미래는 굉장히 불안하고, 멸종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 실태다.

▶김병엽(이하 김)=상괭이의 경우 고래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에 3만6000마리, 그 2011년 1만3000마리로 감소했고 최근 평균으로 봤을 때는 한 900마리 정도가 좌초,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안강망 어구에 혼획되는 것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6년에 우리 보호해양종으로 지정이 되면서 이후에 어떤 보호 관리가 중지되고, 최근에는 제주 주변 해역에 사망 좌초되면서 많은 문제점과 이슈를 나타내고 있다.

▶송=우리가 알지 못하는 멸종된 종들이 있을 것 같다.

▶고=구상나무 면적이 감소 된다는 것은 이 구상나무의 멸종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그 구상 나무숲과 연계된 다양한 동식물이 또 개체 수라든지, 어떤 분포면적이 감소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인 경우 해발 1400m 이상인 '아한대' 지역에서 분포하는데,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 분포하는 곤충, 동물 등이 구상나무숲의 감소와 더불어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으로 전환될 수 있다.

▶송=복원사업의 현 상황은?

▶고=1970~1990년대 탐방객들에 의해 많은 훼손이 이뤄졌다. 많은 식생 복원 작업이 이뤄졌지만 멸종 대상 식물 등 종에 대한 복원사업은 아직까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종들을 어떻게 복원을 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일부 시험 식재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 종 복원이라는 것은 식물을 단순히 번식시켜서 나무를 심는 차원만이 아니다. 한라산에 있는 구상나무의 모든 유전적 다양성을 복원하는 측면이다. 그래서 선행적으로 어떠한 대상의 종자를 채집하고, 어떻게 증식을 하고 또 어떻게 해야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자생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찾는 작업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다만 복원을 한 식물이 동물 피해라든 지, 제주조릿대와의 경쟁이라든지 여러 가지 위협 요인들이 있어서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는 많은 상황이다.

▶송=상괭이 보호를 위한 노력은? 서해안에 주로 서식한다는데 왜 제주에서 사체가 발견되는 건지?



▶김=사실 상괭이는 제주에 서식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제주 주변에서 사망이라든가 개체가 급증하고, 전 해역에서 좌초 개체가 급증하면서 해양수산부에서도 전 해역에 걸쳐서 상괭이의 분포, 서식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주만 빠져 있는 상태다. 제주에 상괭이가 서식하지 않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안강망 어구는 조류가 센 지역에 큰 닻을 넣고 설치하게 된다. 포유류인 상괭이 같은 경우 인간과 같이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올라와서 호흡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수중에서 압사돼 죽는 경우가 많다. 안강망 어구는 제주에 있는 선박들이 아니라 대부분 목포나 그 이외의 지역에서 소속된 선박들인데. 어기가 시작되면 주로 제주 주변 해역에 와서 조업을 한다. 이 조업 과정에서 혼획돼 사망되는 개체들이 버려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들이 제주 연안으로 떠밀려 와서 좌초되는 경우가 있다.

▶송=인간이 잡지 않았다고 했을 때도 상괭이는 꽤 많이 살아남았을 수 있었을지. 구상나무 역시 기후위기가 큰 작용을 하지 않는지.

▶김=해양 생물들은 대개 인간의 영향을 받는다. 상괭이 개체가 급증하면서 최근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상괭이가 탈출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다. 이 장치를 수산업법에 적용시켜서 이 장치를 하지 않으면 어업을 할 수 없게끔 지금 거의 수산업법에 법제화 시킬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괭이 혼획사망 개체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어민하고 상괭이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고=구상나무 생장이 쇠퇴된다는 것도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한라산의 자연생태계나 식생이 기후 변화에 의해서 구상나무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태계에서 종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아한대에 자라는 한대성 토지들이 최근에 한라산에 가보면 전부 억새로 바뀐다든지, 제주조릿대와 같은 벽화 식물로 전부 바뀌면서 추운 데서 자라는 토지들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론적으로 한라산의 모든 생태계의 종합적인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송=제주 바다가 최근 얼마나 변했는지, 심각성을 볼 수 있는 기후변화 사례가 있는지. 또 해양에서도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고래 멸종 위기 영향은 없는지?

▶김=괭생이 모자반이 제주도 연안에 유입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상괭이 서식지에 해양풍력 등이 세워지게 되면 서식지 파괴로 인해 상괭이들이 이동을 하게 된다. 앞으로 어떻게 이 부분을 관리 해야 될지 고민이 많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송=멸종을 늦추기 위한 인위적 복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식생이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변화될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갖지만, 현재 기후위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백 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이뤄진 것인데, 사실 이 변화는 수천 년 동안 이뤄져야 했던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의 급격한 환경 변화는 식물이 적응 할 수는 체계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멸종으로 이어지는 체계다. 그래서 현재 남아있는 생물들의 다양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일정 부분 인위적인 관리·간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는 거다. 물론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되면 구상나무도 더이상 올라갈 데가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 다만 후손들한테 구상나무의 일정 부분을 유지시켜 줘야한다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정리=강다혜기자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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