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죽고 싶다"… 제주서 3000명 존엄사 선택

"인간답게 죽고 싶다"… 제주서 3000명 존엄사 선택
존엄사법 시행 이후 2955명 연명의료 중단
60~70대가 절반 이상… 10대 미만도 13명
제대병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가장 '활발'
  • 입력 : 2021. 05.27(목) 16:0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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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제주에서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가 3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이른바 '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18년 2월 4일부터 올해 4월까지 제주에서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2955명이다.

 이들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80대가 32.7%(967명)로 가장 많았고, 70대 26.2%(776명), 60대 14.9%(442명), 50대 10.0%(297명), 90대 10.0%(296명)로 뒤를 이었다. 10대 미만부터 30대까지 환자도 각각 13명, 6명, 17명, 28명으로 파악됐다.

 존엄사법에서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심폐 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 연명의료를 무의미하다고 느껴 원치 않을 경우 이를 중단 혹은 유보할 수 있다. 유보는 연명의료를 애초에 시행하지 않는 것이고, 중단은 시행하던 연명의료를 멈추는 것이다. 절차는 먼저 의사에 의해 사망이 임박한 환자라는 판단을 받은 뒤 환자 본인 혹은 환자 가족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연명의료 중단은 존엄사 중에서 가장 낮은 단계로 꼽힌다. 일부 국가에서는 ▷소극적 안락사(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영양 공급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치료 중단) ▷적극적 안락사(말기 환자나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게 의사 등이 치명적인 약을 처방·주입) ▷조력자살(의사에게 치명적인 약이나 주사를 처방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한 아버지를 위해 딸이 피아노연주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제주대병원 제공

제주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이 가장 활발하게 연명의료 중단에 따른 '호스피스·완화의료' 활동에 나서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로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대병원은 최근 연명의료를 중단한 아버지를 위해 피아니스트 딸이 병원에서 연주회를 열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환자의 보호자를 위해 매달 넷째 주의 '한끼 도시락'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박철민 제주지역암센터 소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해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 전문적인 완화의료 팀원들이 모여 환자의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즉 환자가 죽음이 아닌 남은 삶에 더 집중하고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황혜정 제주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수간호사는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도 심리적·신체적 소진으로 무력감과 좌절감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전인적 돌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 보호자를 위해 한끼 도시락을 지원하는 모습. 사진=제주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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