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변화 제주를 바꾸다] (14)기후 위기 속 제주 농업, 전략은 있는가

[작은 변화 제주를 바꾸다] (14)기후 위기 속 제주 농업, 전략은 있는가
"농업에 공익적 가치 두고 최선의 지원을…"
  • 입력 : 2021. 06.01(화)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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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원,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 최영훈 제주한라대학교 환경원예과 교수

재해·온난화에 경쟁구도까지… 위기의 제주 감귤
감귤 농가 고령화·인력 수급난·자연재해 ‘삼중고’
매년 같은 정책 반복… 안정적 영농활동 지원해야
제주와미래연구원·한라일보 공동기획


제주지역에서 농업 등 1차산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비중은 타지역에 비해 5배 높다. 1차산업에서 유발되는 소득이 고스란히 제주 경제에 흘러들어가고 있는 반면, 제주의 대표 작물인 감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뿐 아니라 외국 및 타지역 작물과의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

한라일보와 (사)제주와미래연구원은 공동기획의 일환으로 ‘기후 위기 속 제주 농업, 전략은 있는가’를 주제로 지난달 25일 제주와미래연구원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은 송창우 제주와미래연구원장이 진행하고 최영훈 제주한라대학교 환경원예과 교수(전 감귤연구소장),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원이 참석했다.

▶송창우(이하 송·사회)=제주지역 경제에서 농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송영훈(이하 송)=제주지역 산업구조를 보면 대략 1차산업 9%, 2차산업 15%, 3차산업이 76%가량으로 1차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전국 평균 1.8%에 비해 제주도가 5배 정도 높은 편이다. 2019년도 도내 총 생산액 20조 중 1차 산업부분에서 지역 내 총생산이 4조에 가깝다. 1차산업에서 유발되는 소득이 고스란히 제주지역 경제에 흘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는 1차산업 분야가 제주경제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사회=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의 심각성은?

▶송=지난해만 해도 사상 유례없는 가을 장마와 우박, 돌풍 피해가 발생했다. 앞으로 빈도와 강도가 세질 것이다.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고 또 우리 농업인들에게 많은 재산상의 피해를 준다. 지난해 9~10월 농작물의 피해 면적을 보면 1만8347㏊에 이른다. 뿐만이 아니다.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해서 하우스 등 이런 시설들을 했지만 태풍에 의해서 찢기거나 무너진다. 재산상 피해에 더해 안전 위협도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위안이 있는데,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다.국비 50%, 지방비 35%, 농가 15% 부담이다. 제주도정에서 2016년부터 10억원으로 출발한 이후 2020년도 135억원, 3차추경을 한다면 200억원정도 된다. 이것이 농업경영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영훈(이하 최)=감귤 부분에 대해 사계절별로 재해를 조사해본 결과 봄철엔 냉해가 온다. 여름은 일수가 길어진 것이 문제다. 감귤의 열과, 일소 등이 예년에 비해 많이 생기게 된다. 가을철엔 장마가 길어졌다. 지난해 9월 비가 25일이나 왔다. 작물 같은 경우는 이때 가장 품질을 올리기 중요한 시기인데 비가 와서 결과적으로 당도 하락으로 인해 감귤이 제값을 못 받게 되어 농민들에게 큰 손실이 오게 됐다. 겨울의 경우 온난화가 된 것 같으면서도 갑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져 갑자기 냉해(동해)가 온다. 기상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계속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올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송·사회=농가에선 고령화, 인력수급난, 자연재해까지 겹치고 있을 것 같다.

▶송=제주지역 농가 중 70세 이상 고령농이 약 22%를 넘기고 있다. 타지역보다 인력 수급난이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뒷받침 되지 못하다 보니까 인건비는 폭증을 하게 되고, 코로나19로 인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업을 포기하려는 농가도 생겨난다. 또 제주지역 농업경영비는 전국 최고수준이다. 3300만원가량이다. 농업 경영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 생산 자재비 다 포함된다. 제주는 태풍의 길목에 있어서 이제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비도 든다.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해당 물류비도 발생한다. 또 육지부에 비해 기계화가 낮다는 점도 어려움이다. 논농업의 경우 100% 기계화됐지만, 밭농업은 기계화가 50%가량밖에 되지 않아 우리 농가들이 이중고, 삼중고, 사중고까지 겪고 있다.

▶송·사회=경기도에서도 감귤이 재배되고 있는지.

▶최=경기도 뿐만이 아니다. 감귤은 하우스·노지로 나뉜다. 노지 감귤은 극소수로 재배된다. 일부 전남 고흥, 경남 통영, 욕지도 정도인 반면, 하우스 경우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230개 시군 중 153개 시·군 이상에서 감귤을 재배한다. 정확한 통계는 어렵지만 100~200㏊ 가량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산량도 100t 이상씩 이뤄지고 있어 서서히 증가 추세다.

▶송=시설 재배 감귤이 2020년 기준 257㏊ 가량이다. 노지감귤도 재배가 많아지고 있다.

▶송·사회=지금까지는 외국 과일만 경쟁 상대라고 여겨 왔는데, 국내 과일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지. 물류비 등이 불리하진 않을지.

▶송=많이 불리하다. 겨울철 과일이라고 하면 감귤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외국산 과일이 차고 넘친다. 과일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제 전통적인 국산 과일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졌다. 또 수입 과일에 대한 일인당 소비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반면 국산 과일의 일인당 소비량은 많이 줄었다. 한 예로 모 대형마트의 경우 12~1월 사이 판매 비중을 보면 딸기는 14%를 차지하지만 겨울철 과일인 감귤은 1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송·사회=2060년에는 강원도에서 본격 재배되고, 반면 2090년이 되면 제주에서 감귤 재배는 불가능하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럴 경우에 감귤이 제주의 주소득 작물이라고 말할 순 없지 않나.

▶최=2050년 쯤 되면 온도가 2℃가량 오를 수 있다. 온도가 1℃ 오를 때마다 재배 한계 지역이 80㎞가 올라간다. 80㎞가 올라가면 제주 해안·남부지역은 아예 재배를 못하고 최대한 북쪽이나 산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육지부로 보면 강원도 해안지역까지 재배가 가능하다.

▶송·사회=제주도정의 감귤 정책이 지난해하고 다른 점이 없지 않나.

▶송=제주 감귤 많이 사랑해 주세요. 많이 드십시오. 이렇게 말만 하면 뭐하나. 진짜 감귤이 맛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품질 감귤 생산을 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 '원지정비사업', 즉 품종 갱신 사업이 있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송·사회=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은?

▶최=질적인 부분에서 우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또 고령 농업인이 많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다. 제주의 또다른 취약점은 물류비다. 국가 단위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유통 분야에서 청정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제주 농산물의 로컬 푸드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마케팅을 벌일 필요가 있다.

▶송=감귤은 무엇보다 고품질 감귤 생산이 우선이다. 생산 유통 판매 중 생산에 있어선 인력수급, 유통에 있어선 물류비, 판매에 있어선 안정적 판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송·사회=기후위기 속 감귤 외 논의될 수 있는 작물은? 또 열대과일은 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시설 문제는 없는지.

▶최=대부분 열대 채소·과일이다. 인디안 시금치, 차요테, 오크라, 그린 파파야 등이 논의되고 있다. 망고, 바나나, 패션프루트, 체리, 애플 망고, 블랙 커런트 등도 있다.

▶송=한 예로 키위, 참다래의 경우 300평 당 600만원의 생산비가 든다. 총 수입은 1000만원가량이다. 키위의 경우 비가림, 보조 가온을 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반면 감귤의 경우 300평 당 생산비는 1500만원, 총 수입은 2500만원가량이다. 그런데 난방비가 500만원이 들어 33%를 차지한다. 막대한 시설비, 난방비를 들이더라도 수익만 발생해주면 괜찮은데, 저렴한 수입 과일과도 경쟁해아 하는 상황이라 대체 작물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

▶송·사회=농민 보호 정책은?

▶송=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어떤 직불제 형태의 직접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초점을 맞춰서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영농 활동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 지난해부터 공익형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상 농지의 제한에 따른 문제, 논·밭 형평성 문제 등이 있다.

▶최=스위스의 경우 모든 농업에 공익적 가치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이 늦었고, 조금 주면서도 생색을 낸다. 기후 변화에 대한 걱정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농업인들에게 연금은 제대로 주지 못하더라도 농민수당 등 농업 의욕을 북돋을 수 있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송=농민은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농업에 대한 공익적 가치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령 농민수당 또는 공익형 직불금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농업은 단순 농산물 재배뿐 아니라 식량안보, 생태환경보전, 지역사회 전통문화 등 가치를 재내포하고 있다. 농업과 농업인에 대한 접근을 단순히 산업적 관점이 아닌 국가안보와 다양한 가치를 내포한 산업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리=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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