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이토록 뜨거운 미술관, 그때도 그랬더라면

[진선희의 백록담] 이토록 뜨거운 미술관, 그때도 그랬더라면
  • 입력 : 2021. 06.21(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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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7개 공립미술관을 운영 중인 제주는 전국 지자체가 너도나도 뛰어든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과 무관한 듯 보였다. 그게 아니었다. 지난 9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어느 제주도의원이 '국립 이건희 미술관 제주 분관'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중섭 관련 미술품 12점이 지난 4월 말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으로 향한 일을 계기로 국립미술관을 제주에 끌어와야 한다는 거였다.

지역의 예술생태계를 활성화한다며 대중들이 솔깃해지는 문화공간이나 '국제'란 명칭이 달린 시설을 건립하자는 목소리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자체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온 각종 문화예술계획서를 통해 익숙하게 봤다.

제주도가 지난달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안) 중간보고 자료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예외없이 계획안의 끄트머리에 배치된 문화예술 분야 중 '국제적 수준의 문화예술의 섬 구축' 항목을 보자. 급하게 준비한 탓인지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은 대목도 있었는데, 여기에 국제적 미술관 유치가 제시됐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프랑스 루브르, 퐁피두 센터 등을 예시하며 이들 국제적 미술관이 해외 분관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면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연계해 국립현대미술관 제주 분원을 유치하자는 안도 그 뒤를 이었다.

제주도나 제주도의회를 통해 근래 유명 미술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그동안 두 기관이 제주 지역 공립미술관에 기울여온 관심도는 그것과 온도차가 있다. 예산과 인력, 소장품 등 제주의 대표 미술관을 키우려는 노력이 과연 있었나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1488점을 수증하며 명명한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소장품 1만점 시대를 열었다고 홍보했듯이 미술관의 경쟁력 중 하나는 공간 특성화에 맞춰 어떤 작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에 있다. 제주 공립미술관의 사정은 어떨까. 지난 1월 한라일보 문화 지면에서 다뤘듯, 도내 7개 공립미술관의 2021년 소장품 구입비를 확인했더니 예산이 늘어난 곳은 전무했다. 대부분 전년보다 감액됐고 일부는 소장품 예산이 아예 없었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소장품 구입 예산은 작년보다 절반 넘게 깎인 2억원이었고, 지난해 10억원이 배정됐던 이중섭미술관은 2억5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중섭미술관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 얼마 전 나왔지만 이는 해당 미술관 안팎의 숙원이었다. '이건희컬렉션' 중 이중섭 작품이 제주 피난 시절 배경으로 추정되는 1950년대 '바닷가의 추억-피난민과 첫눈' 등 104점인데, 이중섭미술관이 지역의 염원을 일찍이 반영해 증축이나 신축에 나섰다면 제주행 기증품이 12점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란 말이 들리는 이유다.

코로나19 시절을 나며 우린 예술이 건네는 위로를 체감하고 있다. 미술관 등 곳곳에 자리한 문화공간들은 예술을 제주도민과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통로다. 세간의 바람에 편승하기보다 이들에 대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진선희 부국장 겸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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