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코로나19가 남긴 것

[이소영의 건강&생활] 코로나19가 남긴 것
  • 입력 : 2021. 06.23(수)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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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슬슬 속도가 붙는 모양이다. 미국은 이 바이러스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 비극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백신만큼은 일찍 공급이 이루어졌다. 필자가 사는 지역은 18세 이상 인구의 70% 이상이 1회 접종을, 60% 이상이 2회 접종을 완료했다. 백신 덕택인지,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어마어마하던 감염자 수는 물론 사망자 수도 급격히 줄어드는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는 등 아직은 희망을 확신하기에는 이르지만, 기나긴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도 같다.

오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후유증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코로나19의 전례 없는 무서운 전파력과 치명률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중환자실 의사들 말을 들어보면 코로나19는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들과 다른 양상들을 보인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호흡기계만이 아닌 다른 장기 계통을 침범하는 사례가 잦다는 점이다. 그 '다른 장기 계통'에는 신경계도 포함된다. 뇌 신경을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코로나19에 대해 학구적인 관심이 생기는 지점이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나오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코로나19 감염 시 급성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연구는 물론이고, 회복 과정과 회복 후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한 대규모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기서 아주 놀라운 것은, 공신력 있는 논문들이 하나 같이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후유증 중 하나로 신경정신과적 후유증을 꼽고 있다는 것이다. 감염 6개월 후 세 명 중 한 명꼴로 신경정신과 질환을 진단받는다 하니 코로나19를 '호흡기' 바이러스로 보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가장 흔한 것은 수면 장애와 다양한 불안 장애다. 그다음으로 우울증 등의 기분 장애와 심하면 치매까지 생긴다니 보통 일은 아니다. 실제로 정신과 관련 질환이 전혀 없던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린 후 생긴 증상으로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꽤 있어서 임상가로서 피부에 와닿는 통계다.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생긴 신경정신과 질환이 원래부터 존재하던 신경정신과 질환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증상만 비슷할 뿐 예후가 다른지는 아직 아무도 단언할 수는 없다. 최근에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코로나19 장기 후유증 연구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배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깊이 있게 이루어질 것이다. 일견 기쁜 일이지만, 대체 무서운 질환이 인간의 신경계에 어떤 흉터를 남긴다는 건지, 기뻐할 수만은 없는 아이러니다.

지금으로서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코로나19가 많은 환자들에게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방역, 그리고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의 유행이 끝날지는 몰라도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던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의료진들은 오랫동안 코로나19와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대유행 기간 내내 감염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한 한국에서는 감염자 수가 워낙 적어서 그런지 후유증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적은 수의 환자들이지만 후유증을 드러내고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특히 신경을 써야 하겠다. <이소영 미국 메릴랜드의대 정신과 교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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