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4)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4)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
숲속 나무들의 언어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 입력 : 2021. 06.24(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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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볼레벤의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에 빠져든 남원 북클럽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안재홍·최종민·이복영·이창성씨.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30년 산림 공무원 경력 저자
깊은 경험서 우러난 통찰력
느리게, 멀리 움직이는 나무
다른 동식물과 사회적 관계
우리와 차원이 다른 인격체
“식물도감 백과 같은 무게감”


나무 통역사라는 저자는 나무를 제대로 보려면 나무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숲을 관찰하면서 얻은 신선하고 놀라운 깨달음으로 가득한 이 책은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바뀌어버린 숲과 그 속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나무를 남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섬세한 관찰과 깊은 경험에서 우러난 통찰력으로 터득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나무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 페터 볼레벤, 역자 강영옥, 출판사 더숲>

▶대담자

▷안재홍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장

▷이복영 : 부동산업, 남원 북클럽 회장

▷최종민 : 사업가(유럽에서 가구를 수입, 판매)

▷이창성 : 서양화가

페터 볼레벤의 '나무 다시 보기를 권함'에 빠져든 남원 북클럽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안재홍·최종민·이복영·이창성씨.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안재홍(이하 안) : 작가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이복영(이하 복) : 작가인 페터 볼레벤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생태 작가다. 특히 나무의 언어를 풀어내는 나무 통역사라고 불리며, 숲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전하는 숲 해설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의 초기작인데, 나무와 숲을 관찰하며 얻은 신선한 깨달음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보면서 볼레벤의 이력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약 30년간 주 정부 산림 공무원으로 일했고, 어린 시절부터 꿈꿔 온 친환경 숲을 실현하고자 농약과 대규모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숲을 조성하고 있다.

▶안 :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뭔가요?

▷이창성(이하 성) : 저자는 나무의 변화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며 나무의 탄생, 성장, 죽음을 둘러싼 신비로운 숲 생태계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나무 표면의 상처와 틈, 힘없는 나뭇가지에도 나무의 세월이 녹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우리와 숲의 상생을 위해 나무가 어떤 얘기를 해주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기 바란다.

▶안 : 자연다큐를 보면 잎을 뜯어 먹던 초식동물이 곧 이동하면서 풀을 먹는데 그 이유가 뭔가요?

▷최종민(이하 민): 아카시아 잎을 뜯어 먹던 아프리카 초식동물이 몇 분이 지나자 50~1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다른 아카시아 잎을 먹는다. 식물학자에 따르면 초식동물이 나뭇잎을 먹기 시작하면 나무에서 쓴맛 나는 물질이 분비되기 시작하고 이 물질이 주변 나무까지 퍼지게 되는데, 초식동물이 자리를 이동하는 이유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나무 역시 초식동물로부터 위험 상황에서 서로 소통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안 : 평소에 나무를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무에 관한 생각은 어떻게 바뀌셨나요?

▷복 :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나무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느리게 움직이고 심지어 멀리까지 움직인다는 거다. 물론 그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자기 종을 퍼뜨려서 개체 수가 확장되어 움직인다고 전한다. 어쩌면 그런 사실은 나무와 숲이 성장하는 오랜 관찰에서 얻은 결과가 아닐까 한다.

▷민 : 나는 나무의 능력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영하의 강추위에도 수분을 얼지 않게 보관하는 법, 아마도 중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서 어디가 위인지 어디가 아래인지를 알고 있는 것, 낮과 밤의 길이가 변화하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내용을 통하여 "아! 나무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심지어 이 땅에서 생존하는 법을 득도한 초월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 : 앞에서 말한 외에도 더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기를 복제하는 능력과 빛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고,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산소공장이기에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 훌륭한 감귤 같은 과일 생산자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안 : 그렇다면 나무는 왜 존재할까요?

▷복 : 오랫동안 인류 역사에서 나무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존재로 인식해 왔다. 미국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나무는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려고 나무를 등장시켰지만, 여전히 '나무는 그저 이용대상일 뿐이다'라는 생각에 머물고 있다. 나무는 자연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다. 모든 풀과 나무가 다 사라진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지 않을까?

▶안 : 나무도 고통을 느끼나요?

▷성 : 우리는 보통 나무가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연구를 통해 나무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만 인간의 감각과 소통 차원이 다르기에 모르고 있을 뿐, 식물사회 그리고 환경생태계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신경 물질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 : 우리가 나무에 대해 잘못 하는 점들은 무엇인가?

▷민 : 저자는 낙엽을 모아 태우지 말고 나무 밑동에 모아 놓으면 면역력을 키울 수 있으며, 나뭇가지를 함부로 자르거나 줄기에 바짝 자르면 상처를 입어 죽게 되고, 더 많은 빛과 공간을 주기 위해 이웃 나무를 베어 버리면 나무의 피부인 나무껍질은 여과되지 않은 자외선을 견디지 못해 화상을 입게 된다. 그리고 바이오매스 연료의 대량 사용은 결국 숯의 탄소 저장 능력을 상실하게 한다. 바이오매스 연료가 탄소 중립적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안 : 저자는 나무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복 : 저자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표현과 예를 들면서 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나무가 과연 생각하는 존재인가, 지능이 있을까를 질문하면서 과연 없다고 하기엔 너무나 정교하고 치밀하고 치열하다고 말한다. 또 나무가 인격체가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사회적 관계(다른 나무, 식물, 동물과 함께함)를 훌륭하게 맺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차원이 다른 인격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안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짧게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복 : 나무를 그저 이용대상으로만 보아왔던 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작가 페터 볼레벤의 통찰력에 고마움을 전한다.

▷성 : 나무에서 받은 혜택이 너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무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민 : 내년 식목일에는 레몬트리를 심고 싶다. 역시 레몬을 따면서 나무의 소중함을 늘 느끼고 싶어서다.

▶안 :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 추천한다면 어떻게 권하실 건가요.

▷복 : 알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는 책이다. 나무의 세계로 안내할 초대권을 보낸다.

▷성 : 이 한 권을 통해 식물도감 백과를 다 읽은 듯한 무게감을 얻을 것이다.

▷민 : 아주 좋은 책이다.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우울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나무를 통해 우울증을 치유하고, 꼭! 이 책을 통해서 나무와 친해지기를 바란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서귀포시민의책읽기 남원 북클럽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후 6시에 남원 LH 새마을작은도서관에서 모인다. 현재 회원은 8명이며, 매년 발표된 서귀포시민의책과 회원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고 토론한다. 남녀 누구든지 책을 좋아하거나 새롭게 책 읽기에 함께 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이복영 회장 연락처 010-3211-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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